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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사고땐 사망률 9배… “큰일납니다”

입력 | 2013-05-10 03:00:00

“뒷좌석인데 별일 있겠나” 안전띠 착용 고속도로에서도 9%뿐




“뒷좌석 안전띠요? 안 매요. 사고가 나도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다치지 설마 뒷좌석 사람이 다치겠어요?”

자동차 뒷좌석에 타는 사람들이 ‘앞좌석보다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여전히 안전띠를 매지 않는 사람이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9일 20∼50대 성인 남녀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3명만이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맨다고 답했다. “가끔 맨다”는 답까지 포함한 수치다. 나머지 47명은 “전혀 매지 않는다”고 답했다.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는 이유는 ‘귀찮다’ ‘불편하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20대 여성은 “안전띠가 가슴을 압박하는 게 답답해서 안 맨다”고 답했다. “안전벨트 버클이 좌석 시트 사이에 끼여 있어 매지 않는다”는 답변도 많았다.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도 6명이었다. “앞좌석이 나를 사고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생각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앞좌석 의자가 에어백처럼 쿠션 역할을 할 것 같다”는 황당한 의견도 있었다.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위험이 얼마나 증가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는 ‘2배’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교통안전공단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사망률이 9배 이상 높아졌다.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김모 씨는 뒷좌석 안전띠의 중요성을 눈으로 목격했다. 3명이 타고 가던 차가 전복돼 응급실로 실려왔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있던 2명은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조수석 뒤에 타고 있던 사람은 달랐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전복되는 순간 차 문이 열리는 바람에 밖으로 튕겨 나갔다. 어깨뼈와 갈비뼈 얼굴뼈가 부러졌고 폐와 간도 부상을 입었다. 결국 저산소증과 뇌손상으로 숨졌다. 김 씨는 “병원 응급실에서는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운전자보다 더 많이 다쳐 실려 온 동승자를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제주에서도 뒷좌석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어린이가 크게 다쳤다. 8세 딸을 태우고 운행하던 엄마의 차가 에쿠스 차량과 충돌한 것.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딸은 창문 밖으로 튕겨 나갔다. 머리를 다친 딸은 의식을 잃고 숨을 쉬지 않았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한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숨질 뻔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는 차에 타고 있던 2만7987명 중 운전석에 타고 있던 사람의 88.27%가 안전띠를 맸다. 조수석의 착용률은 76.3%였다. 반면 뒷좌석은 9.35%로 현저하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사고 땐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차량 충돌 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뒷좌석 승차자의 머리가 앞으로 튕겨 나와 앞좌석의 머리받이나 앞 사람의 머리를 들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안전관리개선기획단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띠 매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단속을 강화했다. 이전에는 약 23%에 불과했던 운전석 안전띠 착용률이 단속과 캠페인 이후 90%까지 올라갔다. 2001년에 8097명이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2년 7224명으로 1년 만에 873명이 줄었다.

독일(1986년) 스웨덴(1985년) 영국(1991년)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다. 국제도로교통사고센터(ITRAD)가 발표한 ‘2011 도로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독일(97%) 스웨덴(81%) 등에 비해 턱없이 낮고 일본(33%)과 비교해도 6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다. 어기면 과태료 3만 원을 부과받는다.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시내나 국도에서는 아무 규정이 없다.

이은택·김성규·서동일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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