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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의 성교육]10대가 성적 호기심을 보일 때가 성교육의 기회

입력 | 2013-05-10 03:00:00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딸이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같은 반 남자친구들이 ‘속옷을 벗고 찍은 사진을 보내라’는 문자를 딸에게 보냈고 또 딸아이는 ‘그래 알았어’라고 바로 답을 보냈더군요. 실제로 사진을 찍어 보내진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답을 보낸 걸까요?”

이런 경우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요즘 10대들은 어떤 식으로 성적 호기심을 드러낼까?

이를 알고 싶다면 10대들이 부모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데이트를 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A는 친구의 친구인 B와 문자로 대화하는 것이 요즘의 일상이다. A는 새벽 늦게까지 문자로 대화를 나누다가 B에게 사귀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답이 왔다. ‘ㅇㅋ(오케이)’ 그런데 문자 커플이 된 지 3일째 B에게서 문자가 뜸해지더니 저녁에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문자가 왔다. A는 고민하지 않고 또 ‘ㅇㅋ’ 하고 문자를 보냈다.”

“C와 D는 학교에서 유명한 공개 커플이다. 아이들 앞에서 키스도 하고 서로 몸을 만지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담임선생님이 주의를 주자 두 사람은 ‘우리 서로 사귀거든요?’라고 오히려 반문을 했다.”

요즘 중학생들의 이성교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대체로 문자나 채팅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헤어질 때도 문자로 통보한다. 온통 마음을 쏟는 듯하지만 관계는 일시적이다. 대체로 부모에게는 비밀이다. 온라인은 새로운 데이트 공간이고, 문자는 10대들의 소통의 수단이며, 애교의 수위를 넘어서는 스킨십도 당연히 여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3%가 이성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있거나 현재 사귀고 있다고 대답했다. 초등학생들도 10명 중 3명이 이성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10대 아이들은 데이트 때 TV나 영화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서 듣고 본 것을 따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킨십도 당연히 생각하게 된 것이다. 10대들은 키스나 포옹과 같은 신체접촉을 갖는 것도 사귄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의 메건 A 모레노 교수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에 올려놓은 게시물의 54%가 위험한 성적 행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24%는 성행위에 대한 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청소년 자녀가 자신의 블로그에 성적인 호기심을 드러낸 글을 써 놓았다면 이는 실제 성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때 청소년들과 성 문제와 관련하여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의 온라인 게시물, 휴대전화 문자가 성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면 이는 실제 성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들의 조기 성관계 경험은 10대 임신과 성병 감염뿐 아니라 학업 태만, 기타 비행으로 이어져 이들의 장래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현재 미국에서는 모든 10대들의 첫 성관계 경험을 16세 이상으로 늦추는 것을 성교육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모의 태도와 노력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여러 조사에서 청소년의 성적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녀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성적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발견했다면 부모는 즉각 개입하여야 한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성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는다면 사전 동의를 통해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휴대전화 사용 시간도 정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통해 친구들에게 전송해도 되는 사진과 전송해서는 안 되는 사진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평소에 부모와 자녀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러한 개입이 매우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다.

부모와 매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청소년들의 첫 성교 경험이 늦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과 간섭은 특히 중학생(초기 사춘기) 자녀들에게 가장 효과가 있다. 다만, 강압적인 간섭은 반항심만 자극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교사와 상의하여 해당 학생에게 적합한 지도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성적인 대화로 도배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