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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은 왜 ‘파이어볼러’ 나성범을 타자로 돌렸나?

입력 | 2013-05-11 07:00:00

나성범은 NC의 간판타자로 활약 중이지만 대학시절 ‘좌완 파이어볼러’로 명성을 떨쳤던 투수 출신 선수다. 타자 전향은 NC 김경문 감독의 권유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스포츠동아 DB


■ “10승 투수보다 국민타자 돼라”

연세대시절 어깨부상 후 구속 주춤
NC 우선지명때부터 타자활용 염두
투수코치도 인정한 공·수·주 3박자
술·담배 안하고 오직 야구에 올인
“추신수 이승엽처럼” 목표의식 뚜렷


NC 나성범(24)은 연세대학교 좌완에이스였다. 1학년 때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져 미국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은 뒤 곧바로 타자로 바꿨다. NC 김경문 감독의 권유였다. 지금은 ‘신의 한 수’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김 감독은 왜 투수가 1명이라도 아쉬운 신생팀에서, 그것도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타자로 전향시켰을까.

○대성 가능성↑ 대학 때부터 알아봤다

김 감독은 나성범을 연세대 1학년 때부터 지켜봤다. 고려대학교 출신인 김 감독이 우연히 고연(연고)전을 보다 선발투수로 공을 던지다 1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새내기를 발견한 것이다. 김 감독은 “1학년이 경기에 나가기도 쉽지 않은데 선발로 공을 던지고 곧바로 타석에 들어서더라. 그게 나성범이었다. 그때 투구도 좋았지만, 안타를 치고 뛰는 모습도 범상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김 감독은 매년 나성범을 체크했다. 2학년 때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투수가 어깨를 다치면 폼이 움츠러들어 다시 자기 공을 던지기 쉽지 않을 텐데…’라고 걱정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3학년 나성범은 예전 같이 위력적인 볼을 뿌리지 못하고 있었다.

○타자로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김 감독은 NC가 우선지명권으로 나성범을 지명한다고 했을 때 이미 투수가 아닌 타자로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 입단 후 훈련 모습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팀은 투수 1명이 아쉬운 상황이어서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물었더니 ‘좋다’고 하더라. 투수코치가 인정할 정도로 (나)성범이는 타자로서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투수로서도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10승은 할 수 있었겠지만 승수보다 패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봤다”며 “대신 타자로는 국내에 장타력 있고, 발 빠른 외야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이 본격적으로 타석에 들어선 지 이제 2년. 1군 무대를 밟은 것도 고작 며칠밖에 되지 않지만 벌서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8일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두 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해 슈퍼루키의 스타 탄생을 알렸다. NC 이호준은 “(나)성범이는 추신수, 이승엽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다. 술, 담배 안 하고 오직 야구에만 몰두한다. 그동안 많은 후배들을 봐왔지만 그릇이 다르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도 “앞으로 고전할 수 있다”고 전제했지만 “생각보다 1군에 빨리 적응해 놀랐다. 무엇보다 묵묵히 중심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야구계는 오랜 만에 나타난 대형 신인 타자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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