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에선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바링허우(八零後)’ 세대의 등장을 새 분기점으로 꼽는다. 이전 세대들이 시대적 이슈에 대해 발언한 것과 달리 물질적 풍요를 누린 신세대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자기중심적 성향을 짙게 드러낸다. 문화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바링허우 세대는 변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의 핵심 소비층이자 한국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 중 백화점 매출 상승에 가장 기여하는 ‘큰손’도 바로 이들이다.
▷인구와 국력은 비례한다고 믿었던 마오쩌둥 주석이 물러난 뒤 개혁개방의 총기획자 덩샤오핑은 1970년대 말부터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바링허우 세대의 탄생을 이끈 ‘1가구 1자녀’ 정책이다. 소수민족을 제외하곤 두 명 이상 낳으면 소득에 따라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부모와 양가 조부모 등 어른 6명이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외동자녀가 자연스럽게 대세가 됐다. ‘소황제(小皇帝)’로 불렸던 그 아이들이 이제 사회의 주축을 이룬다.
▷강제적 인구조절 정책으로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0.5%대까지 떨어졌으나 강제낙태와 호적 없는 아동의 급증 등 인권침해 논란은 커졌다. 부유한 신세대는 벌금을 각오하고 아이를 더 낳거나 미국 등으로 원정 출산을 떠나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여기에 노동인구 감소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이래저래 한 자녀 정책은 중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영화 ‘붉은 수수밭’ ‘집으로 가는 길’ ‘영웅’을 연출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의 자녀수를 놓고 중국이 떠들썩하다. 전처와 1녀, 재혼한 아내와 2남 1녀, 혼외 자녀까지 4명의 여성과 7명을 뒀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구정책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280억 원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더 낳고 싶어도 강제낙태를 당해야 하는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유명인사는 별세계에 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빈부와 계층 간 격차는 중국 사회의 뇌관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