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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뭘 잘못했는지 하나씩 말해 봐”

입력 | 2013-05-11 03:00:00


상당수의 여성이 가까운 이에게 모종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전에 상대가 알아주기를 원한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상대가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에는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남자는 ‘콕 찍어’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아듣지 못하는 존재다. 남자가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리다 지친 여자는, 다른 일을 빌미로 삼아 그간 쌓인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린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놀라며 동시에 반감을 갖는다. 여자가 부당한 명령을 내리려 하거나 지배하려 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망의 격한 표현이라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남자가 따져 물으면 여자한테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뭘 잘못했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여자는 그 이유를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화난 기분을 읽어내 스스로 짐작해 보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짐작도 할 수 없다.

마음을 알아달라는 바람이 번번이 꺾인 여성은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싸움꾼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여자가 싸움꾼이 되기까지 절반의 책임은 상대인 남자에게도 있다. 여자의 ‘대화 시도’를 ‘도발’로 인식해 성가시게 여겼기 때문이다. 대화 노력이 계속 거부당하면, 남는 소통 방식은 싸움밖에 없다.

부부 혹은 연인 간의 싸움이 아무리 지겨워도 이런 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이젠 됐지?”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다퉈 봐야 시간 낭비다. 그래서 ‘이쯤에서 그만하자’면서 던지는 말이다. 게다가 “미안해”는 남자로선 최대의 양보다.

그런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여자는 남자의 성의 없어 보이는 사과에 더욱 분노한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지만) 잘못한 걸로 쳐줄게’로 인식되는 말에서 여자는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분노가 극에 달한 여자는 결국 이렇게 몰아세우고 만다.

“전부 잘못했다고? 그럼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하나씩 말해 봐.”

이쯤 되면 남자는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주저앉고 싶어진다. 여자들은 왜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할 불만사항을 남한테 찾아내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더구나 “그만 다투자”는데 그동안의 잘못을 낱낱이 고하라는 건 또 뭔지.

결국 남자에게 필요한 건 모래에서 사금을 걸러내는 것 같은 세심한 노력이다. 평소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면 깨알보다 세밀한 여자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고, 생각보다 작은 일에서도 감동을 받는 여자의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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