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페이지뷰만 1만5000여 건… 인터넷언론 ㅍㅍㅅㅅ 만든 이승환-임예인 씨
‘ㅍㅍㅅㅅ’를 운영하는 ‘두목’ 이승환 씨(오른쪽)와 임예인 편집장이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폭풍설사? 편파시사?
운영진은 사이트 이름을 ‘프프스스’라고 읽고, 사이트 성격은 인터넷 언론이라고 규정한다. 이 사이트가 인터넷 언론이라면 영향력은 중소 언론사 정도다. 하루 페이지뷰는 1만5000건가량이고, 페이스북 구독자는 4800여 명이다. 정기적으로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6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사이트 문을 열었고,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았고, 뉴스스탠드에 오르기는커녕 자음만으로 구성된 이름이라 네이버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사 이슈와 관련이 있다지만 ‘개드립 모음’과 같은 글도 언론 기사라고 봐야 하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현지 시찰에 나설 때 취하는 손동작을 분석해 ‘김정은, 프리메이슨으로 밝혀져’라는 주장을 펼치는 ‘단독 기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통 언론이라기에는 가볍지만 유머 사이트보다는 시사적이고 진지하다’는 이 지점이 ㅍㅍㅅㅅ의 장점이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요즘 젊은 세대의 콘텐츠 수요에 부합한다.
요즘 젊은이에게는 ‘오늘의 유머’나 ‘일간베스트’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것도 여가 활동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들 유머 사이트는 너무 방대하고 또 난삽하다. 누군가가 재미있고 유용한 글만 정리해줬으면, 하는 수요가 있다. 시사 문제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언론 기사는 따분해서 못 읽겠으니 누가 요점만 추려서, 재미있게 꾸며서 보여주면 좋겠다 하는 수요도 있다.
글 좀 쓴다 하는 블로거들이 모여 만든 대안 언론 ‘슬로우뉴스’(slownews.kr) 필진으로 활동하던 두 사람의 뜻이 일치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슬로우뉴스는 편집이 ‘너무 정갈했다’. 좀 더 가볍고 빠른 매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적당히 정보가 있고 적당히 재미가 있는 사이트를 만들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되고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으면 더 좋다.
ㅍㅍㅅㅅ에서 ‘어머! 이건 봐야 해!’라는 제목으로 나가는 기사들이 이런 수요의 한 예다. 주요 언론사 기사 중 살펴봐야 할 기사들이 링크돼 있고, 짧고 유머러스한 촌평을 달아준다. 촌평만 읽어도 대강의 흐름은 알 수 있고, 더 궁금하면 링크를 클릭해도 된다. 일종의 조간 브리핑인 셈이다. 여기에 ‘개드립 모음’까지 읽고 나서 친구나 동료와의 대화에 끼면 제법 박식하고 재치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의 읽을거리 기사나 기획 기사, 특집 기사들도 있다. 100여 명의 필진이 시사, 과학, 문화,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썰’을 풀면 운영진이 이 원고에 ‘짤방’(유머러스한 사진이나 그래픽)과 개드립을 추가해 올린다. 필자들은 대개 자유기고가나 블로거, 학생, 직장인들이고 그때그때 섭외한다. 게임과 지난해 대선에 대해서는 특집 기사도 실었고, 최근에는 ‘태국으로 피난 가기’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했다.
젊음의 오만함인지, SNS세대의 통찰력인지는 몰라도 기존 언론에 대한 운영진의 평가는 싸늘하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삽질’을 하고 있다”는 거다. 편집국 내부에 쌓여 있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내용 없는 기사를 제목으로 ‘낚는’ 행태도 어리석다고 본다.
2013년판 딴지일보?
‘2013년판 딴지일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씨와 임 씨는 “딴지일보와 비교를 안 할 수는 없겠죠”라고 받으면서도 자신들은 딴지일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딴지일보에 대해 “전부터 지사(志士) 정신이 너무 강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로는 ‘정줄을 놓은’(균형감각을 잃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들에 따르면 딴지일보에는 기본적으로 남을 가르치겠다는 꼰대 선배 같은 느낌이 있고, 육두문자가 섞인 ‘딴지체’가 쿨하게 보이는 시절도 이미 지나갔다고 한다. 딴지일보의 독자층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요즘 젊은이에게는 딴지일보도 촌스럽다는 거다.
그렇다면 뭐가 쿨한가? 이 씨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뻐기지 않고, 예의와 위트가 있는, 때로는 좀 귀엽게 깐죽거리기도 하는 호감형 인물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정파성이나 메시지가 지나치면 쿨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집회가 열리면 뒤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애들 같다”며 “옛날에는 누가 앞에 서서 ‘나를 따르라’ 그러면 통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저 말이 맞는 건가’ 따진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ㅍㅍㅅㅅ 정신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우리에게, 천박하게 시류에 편승합니다’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이 ‘약 빨고 썼다’(잘 쓴 글에 대한 찬사의 표현)라고 평가할 정도로 재미있는 글이 넘치는 시사 매체를 지향하지만 굳이 저항성을 강조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세상에 똥침을 날리겠다’는 정신으로 시작한 딴지일보의 야성(野性)과는 거리가 있다. ‘민주화 세대’에 대한 콤플렉스를 벗고 균형감각을 찾은 것인가, 아니면 탈(脫)정치와 패배주의의 끝에 있는 냉소와 자조인가. ㅍㅍㅅㅅ라는 이름 뜻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 온라인에 ㅍㅍㅅㅅ 있다면 오프라인엔 ‘월간 잉여’ 있다 ▼
2011년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 씨는 “2년 동안 언론사 입사 준비를 했지만 실패하고 ‘아예 내가 언론사를 차리겠다’는 마음으로 월간 잉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구청에 정식으로 잡지사업자로 등록까지 했다. 지난해 2월 첫 호가 나온 이 잡지는 온라인서점 알라딘 독립잡지 부문에서 3월 4째 주와 지난달 2·5째 주에 각각 주간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청년 백수들의 고민이나 주장을 들어보는 ‘잉터뷰’나 ‘잉여논단’과 같은 고정 코너가 있고, 다단계 판매나 동거 체험기와 같은 그들만의 고민을 20대의 눈높이에서 기사화하기도 한다. 신춘문예와 백일장 같은 이벤트도 열었다.
ㅍㅍㅅㅅ와 가장 다른 점은 오프라인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꽤 든다는 점. 64페이지 안팎의 잡지를 발행하는데 매번 1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창간호를 낼 때에는 최 씨가 보습학원 아르바이트로 번 돈 60여만 원을 모두 인쇄비에 썼다. 소셜 펀딩으로 발행비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올해 3·4월호는 합본 형태로 발행해야 했다. 잡지 가격도 초기에는 가격이 권당 3000원이었으나 이후 4800원으로 올랐다.
홈페이지(monthlyingyeo.com)에서 과거 기사 일부를 볼 수 있다. 최 씨는 월간 잉여를 낸 과정을 담은 단행본을 올해 출판할 계획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