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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71명의 高手가 집대성한 ‘한국 건축의 모든 것’

입력 | 2013-05-11 03:00:00

◇한국건축개념사전/한국건축개념사전 기획위원회 기획·편집/946쪽·8만 원·동녘




한국 건축학계의 역량을 결집해 7년 만에 내놓은 노작(勞作)이다. 김봉렬 우동선(이상 한국예술종합학교) 배형민(서울시립대) 전봉희 교수(서울대)와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이 기획위원을 맡아 80회가 넘는 회의를 하며 한국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항목을 정하고 필자 71명을 물색해 글을 맡겼다.

건축과 관련한 270여 개 항목이 기록 기술 도시 이론 자연 제도 종교 주거 등 8가지 주제로 분류됐다. 항목의 사전적인 정의와 약사(略史) 소개에만 그치지 않은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구한말 도로 연변의 가건물들을 철거한 것이 박영효가 정치적으로 실추되는 이유가 됐다거나(개화파의 도시개조론), 한국 주둔 외국군을 대상으로 한 관광정책이 관광산업의 시발점이었다(관광 건축) 등 돋보기와 현미경을 번갈아가며 들이대 개괄적인 이해를 도우면서 깨알 같은 재미도 준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항목의 이면을 짚어낸 깊이와 균형감도 돋보인다. ‘빌바오 효과와 스타키텍트’ 항목에서는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 하나가 쇠락해가는 도시를 살린 것으로 알려진 ‘빌바오 효과’가 실은 종합적인 도시 재생 노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는 서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가 70명이 넘는데도 글에 통일성이 있고 문장도 쉽다. 이는 되풀이해 읽어봐도 뜻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건축사전류의 번역본을 읽어본 이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8개의 분류 주제를 정한 근거나 기준을 밝혀놓지 않아 아쉽다. 곳곳에 통계 수치가 나오는데 정확한 연도와 출처도 표기해 두어야 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