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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Why NYT?… ‘기획보도 퓰리처상’ 존 브랜치 기자

입력 | 2013-05-11 03:00:00

눈사태 사고 반년 매달려 14페이지 심층기사 싣고
동영상-그래픽 결합 ‘영화같은 온라인 뉴스’ 창안




“독자가 놀랄 만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지난달 20일 미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 백발의 한 중년 여성이 등장하자 행사장이 술렁였다. NYT 첫 여성 편집국장을 지낸 뒤 2011년 첫 여성 편집인으로 취임한 질 에이브럼슨이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여서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퓰리처상의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한 존 브랜치 기자의 기사를 바탕으로 만든 멀티미디어 ‘폭설(Snow Fall)’을 그는 연신 칭찬하며 피곤을 잊는 듯했다. 이미 미국 미디어업계에서는 NYT의 이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진 동영상 음성파일 그래픽 등을 결합해 한 편의 영화를 웹사이트(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에서 구현했다.

스포츠부 기자인 존 브랜치(사진)는 지난해 12월 16일자 일요판에 ‘터널 크리크(creek)의 눈사태’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무려 14페이지에 걸쳐 게재했다. 미국의 프로 스키어 16명이 미 워싱턴 주 터널 크리크로 오지(奧地) 스키를 떠났다가 3명이 눈사태로 사망한 내용을 다뤘다. 사건·사고 기사로 짧게 다뤄도 될 소재를 영문 1만7000단어 기사로 썼다.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역대 NYT의 퓰리처상 수상자 가운데 4번째 스포츠 담당 기자다.

―이렇게 길게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였나.

“스포츠 담당 에디터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에디터가 실험적인 접근을 해보자고 했다. 오지로 스키 여행을 떠나는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가 미국에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단순한 사고 기사 형식으로는 전달이 안 될 것 같았다.”

―취재에서 기사화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지난해 6월부터 생존한 13명을 모두 인터뷰하고 숨진 3명의 지인을 만났다. 또 스키 전문가와 함께 현장 답사를 했다. 응급구조 전화 녹음을 얻기 위해 911구조대와도 접촉했다. 취재에 3개월, 기사 작성에 3주가 걸렸다.”

―대략 4개월 만이라면 9월에는 기사가 나왔어야 했는데 실제론 12월에 나왔다.

“기사 작성이 마무리된 다음에 우리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그래픽 팀장이 찾아왔다. 이 기사를 멀티미디어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멀티미디어 작업에 그래픽 기자 8명이 달라붙어 3개월이 걸렸다.”

―6개월 동안 이 기사에만 매달린 건가.

“스포츠 에디터가 일상 업무에서 빠져도 된다고 허락했다. 나는 연간 평균 250건의 기사를 출고한다. 지난해는 이 프로젝트로 100건의 기사에 그쳤다. 심층 취재가 필요할 때는 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상 업무에서 빠지는 운용의 묘를 NYT는 잘 살린다. 참고로 심층취재팀에 소속된 기자들은 일상 업무에서 떠나 연간 4∼5건을 쓴다.”

―실제 기사를 보니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렸다. 사실 이렇게 긴 호흡의 기사에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게 의외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글을 읽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맞지 않는 것 같다. 최소한 우리 독자들은 여전히 글을 원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거쳐 뉴욕타임스에 정착했다. 다른 미국 매체와 NYT는 어떻게 다른가.

“NYT에서는 ‘독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공감대가 있다. 많은 신문들이 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편한 길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편한 길을 거부한다.”

미 뉴욕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탐사보도를 강의하고 있는 실라 코로넬 교수는 본보 인터뷰에서 “NYT는 오랫동안 미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는 탐사보도를 이어왔다. 여기에는 탐사보도팀, 일반 취재기자, 온라인 기자, 멀티미디어팀, 그래픽팀, 데이터비주얼팀 등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NYT는 일단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사에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투자를 감행한다. 이것이 NYT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장택동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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