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쥐가 돌아왔다./최정금 지음·김무연 그림/208쪽·1만500원·별숲
‘우리 할아버지는 전문 쥐 사냥꾼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독자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지금도 그런 직업이 있느냐고? 물론이다’라며 의뭉을 떱니다. 간결하고 확신에 찬 이 두 줄은, 독자의 시선을 흔들림 없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합니다. 주인공은 쥐 사냥꾼 집안의 종손입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 이어진, 적어도 200년이 넘은 전통입니다. 그 전통은 격대로 이어집니다. 할아버지 다음은 아버지가 아니라 주인공에게 이어집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대대로 전수된 비법대로 쥐 잡는 약을 만드십니다. 그 약은 현대의 허접한 화학 약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품격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옹골찬’, 할아버지는 ‘옹고직’입니다. 이쯤에서 눈치 빠른 독자는 뭔가 낯익은 밑그림을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옹고집이란 이름 그리고 쥐. 사람의 손톱을 먹고 변신해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그 쥐 말입니다. 이 책은 할아버지 옹고직과 변신 쥐 ‘짝귀’의 50년을 이어 온 한판 승부입니다. 둘의 대결은 흔히 말하는 목숨을 거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부의 ‘명예’를 거는 겁니다. 프로 사냥꾼과 프로 쥐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인공은 고민입니다. 할아버지의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쥐 사냥꾼의 가업을 잇고 싶지 않은 겁니다. 할아버지에게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그 사이에 만난 짝귀를 할아버지를 도와 같이 잡아야 할지…. 옛이야기는 이야기의 보고라고 합니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의 인문학적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손톱 먹는 쥐’라는 옛이야기 화소(話素·이야기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여러 방향으로 변주가 가능해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쓴 동화는 이 책 이외에 김우경의 ‘수일이와 수일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동화는 비슷비슷한 이야기 안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동화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좀 더 인간의 원형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