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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천재 작곡가들의 업적, 경영논리로 풀어보니…

입력 | 2013-05-11 03:00:00

◇바흐, 혁신을 말하다/천영준 지음/312쪽·1만5000원/시드페이퍼




현대의 CEO와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사이의 공통점은?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변화와 적응을 거듭해 가며 생존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음악계 거장들은 300년간 경쟁력과 명성을 꾸준히 유지해 온 ‘강력한 브랜드’다. 책은 천재 작곡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경영논리로 풀어냈다.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칼럼들을 묶었다.

비발디는 ‘선두주자가 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곡가다. 뛰어난 기량으로 작곡가로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예술사조의 변화에 둔감했고 스스로를 새롭게 포장하는 데 게을렀다. 그는 협주곡의 성공이라는 발판을 딛고 새로운 시장인 오페라계에 진출했지만 전략이 없었다. 저자는 순간의 경쟁우위에 도취되고 자신의 지분만을 주장하는 즉시 시장은 냉정하게 도태시킨다고 지적한다.

모차르트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었다. ‘돈 조반니’ 이후 모차르트가 오랫동안 의지했던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는 살리에리에게 ‘문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받은 대본을 고스란히 모차르트에게 넘겼다. 주변 인물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할 정도로 모차르트는 네트워킹이 원활하지 못했고 객관적인 자기 통찰도 부족했다.

바흐는 전략과 정책보다 비전이 앞선 사람이었다. 그는 합창과 기악 작품의 분석과 재조명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다른 작곡가들처럼 오페라 작업을 하기 위해 궁정을 기웃거리거나 후원자들을 설득하러 다니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과 차별화된 전문성은 바흐에게 원동력을 제공했다. 자기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음악의 아버지’로 지금까지 존경받을 수 있었다.

베토벤이 운명 속에서 번민했다면, 바그너는 운명을 이겨 내려고 노력했다. 문화계 원로들이 ‘반체제 인사’라며 기피하자 바그너는 10년간 은거하며 사상과 철학으로 무장했다. 동시에 제3자의 입장에서 문화산업의 트렌드를 관찰하면서 시장에 대한 감각도 갖췄다. 바그너의 음악 산업화 시도는 이후 거대화된 현대 조직 안에서 음악을 생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