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평양 미사일 공장 최근 위성사진 정식 명칭은 ‘태성 기계공장’…경제난에도 공장 시설 계속 확장
2012년 10월 7일 미국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북한 평양 인근의 잠진 미사일 공장.
잠진 미사일 공장 인근의 시설 배치 현황. 2011년 2월 8일 촬영한 사진이다.
북한 미사일 생산의 핵심 시설
2008년 11월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잠진 미사일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서 촬영한 노동미사일 동체. 미얀마 언론에서 공개한 사진이다. 전시를 위해 제작된 동체 상당수는 그 보관상태로 봐서 한미 정보당국을 속이기 위한 모의제품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주요 미사일 생산기지인 남포시 잠진 ‘태성 기계공장’의 최근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4월 초 무수단 미사일 2기를 열차에 적재한 것으로 전해진 바로 그 공장이다. 북한에는 이곳 외에도 자강도 전천의 별하리 병기공장과 황해북도 사리원의 무기공장 등 총 5곳의 미사일 제작 관련 시설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잠진 미사일 공장은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와 함께 사거리 1000km가 넘는 준중거리 이상급 미사일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다. 한 정부당국자는 “은하3호 등 위성발사에 활용했던 로켓 역시 잠진 미사일 공장에서 조립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위성사진은 미국의 민간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2012년 10월 7일 촬영해 구글어스에 제공한 것으로, 조지프 버뮤데즈 영국 IHS제인스그룹 선임분석관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저널에 해당 공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올린 바 있다.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북한 인민군을 해부한 다수의 저작으로 명성이 높은 군사정보 전문가다. 2010년 1월부터 그가 발간하는 북한군 관련 소식지 ‘KPA저널’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관해 심도 있는 분석 글을 연속 게재해 전문가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해외 군사대표단 잦은 방문
공장 주 건물로부터 500m 남서쪽에 자리한 엔진시험용 모의 발사대를 시간 순으로 살펴본 사진들. 위쪽으로 늘어진 그림자 길이와 촬영 시각을 역산해보면 25m 남짓 높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자 형태로 미뤄봐 장착 플랫폼 2, 3개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지원건물 6개 동이 들어서 있다. 각각 2009년 3월 26일, 2011년 9월 23일, 2012년 2월 18일과 10월 7일 촬영한 사진이다.
한편 이 공장은 실전에 배치할 미사일 외에 훈련용 모의제품도 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창건 기념일이나 김일성 주석 생일 등 대규모 열병식에서 카메라에 포착되는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는 이러한 모의제품일 것이라고 버뮤데즈 분석관은 지적한다. 숫자를 과도하게 늘림으로써 주변국의 정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들려는 북측의 노림수가 깔렸다는 것. 위성발사에 활용한 대포동 및 은하 계열의 로켓 제작 역시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공식명칭은 ‘7호 공장’) 지휘를 받아 이 공장에서 상당 부분 관여한다.
2000년대 중반 철도 부설
미사일 기술 수출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온 북한의 체제 특성상 잠진 미사일 공장에는 적잖은 해외 군사대표단이 방문한 바 있다. 잠재 구매고객을 위한 일종의 세일즈 견학이었던 셈. 1990년대만 해도 이란, 리비아, 파키스탄, 시리아 등의 관료들이 이곳을 방문한 기록이 해당 국가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2008년 11월에는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공장을 방문해 당시 책임자였던 김수길 지배인의 안내를 받았다고 미얀마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잠진 미사일 공장은 미사일 부품을 제작하는 지하시설과 엔진 및 동체를 조립하는 지상시설로 나뉜다.
공장 북측에 맞닿아 자리한 백양산의 지하시설 출입구(2012년 10월 7일 촬영·왼쪽). 확인되는 총 6개 출입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3, 4번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2011년 2월 8일 촬영한 오른쪽 사진이다.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이전의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그간 지속돼온 북한의 경제난에도 잠진 미사일 공장의 시설은 꾸준히 확장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과 2009년 사진을 비교한 결과 건물 1개 동을 철거한 대신 새 건물 4개 동이 들어선 것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에 걸쳐 평양과 남포를 잇는 철도를 잠진리까지 부설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로 이동하면서 활용했다는 바로 그 철도다.
잠진 미사일 공장 남동쪽 900m 지점의 달마산에서 확인되는 대형 지하시설 입구.
공장 주변의 산지에 건설한 지하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유사시 공습에 대비해 방공포병 전력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 남동쪽 900m 지점의 달마산과 북동쪽 1000m 지점의 백양산에서 이들 전력이 숨어 있는 지하갱도 입구를 확인할 수 있다. 3.5km 북쪽 지점에는 이 공장에 석탄연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보산 광산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제공·GoogleEarth·DigitalGlobe, DigitalGlobe·KPJ Journal, KPA Journal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