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만에 다시 제주 앞바다로
11일 오전 5시 30분경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돌고래관 공연장 뒤에 마련된 길이 12m, 폭 6m 규모의 풀 주변에서 10여 명의 사육사가 분주히 움직였다. 풀 한쪽에는 돌고래 한 마리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이따금 사육사가 풀 주변을 지날 때만 그쪽으로 다가갈 뿐이었다. 야생방류를 앞둔 ‘제돌이’다.
제돌이는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5종의 고래 중 하나인 ‘남방큰돌고래’다.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뒤 지난해까지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지난해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돌이의 야생 방류를 결정했다.
몸집이 큰 제돌이를 물 밖으로 꺼내 이동용 도구로 옮기는 것부터 힘들었다. 유미진 서울대공원 동물관리팀장이 “제돌이가 자신을 해치려고 생각해 물 밖으로 안나오려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 공연을 위해 훈련받은 제돌이는 물 위로 올라오라는 신호에 힘껏 올라왔다. 이후 사육사들은 돌고래 몸에 딱 맞도록 만든 작은 수조에 제돌이를 옮긴 뒤 5t 트레일러 차량에 실어 인천공항으로 운송한 뒤 아시아나 특별전세기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트레일러에 실린 제돌이는 오후 2시 10분경 최종 목적지인 제주 성산항에 도착했다. 서울대공원을 출발한 지 5시간 만이었다.
제돌이는 이곳에서 활어 사냥 등 보름간의 야생 적응훈련을 한 뒤 제주도 북부 김녕에 마련된 가두리양식장으로 옮겨져 최종 적응훈련을 받는다. 야생 방류는 이르면 6월 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방류의 최종 성공 여부는 적응훈련을 마친 제돌이가 야생생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제돌이는 좁은 수조에서 더 넓은 수조로 옮기면 휴식시간을 줄이고 더 오랜 시간 헤엄을 치는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며 “가두리 생활에 잘 적응한 개체는 야생생활 적응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제돌이의 자연 방류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올해 1월부터 제돌이의 행동을 휴식, 헤엄 등 유형별로 분석해 야생에서의 행동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과천·제주=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