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문때 하루 1, 2시간 쪽잠… 女인턴과 술 상상못할 일”
“잘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여성 인턴이랑 호텔에서 술을 마실 정신이 있나?”
최근까지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들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한결같이 “대변인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는 “같은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사람으로서 수치스럽다”고도 했다.
우선 이들은 방미 일정이 한창이던 7일 밤(현지 시간)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수행 기자단과 함께 있지 않고 인턴과 호텔 바에서 ‘별도의 일정’을 보낸 것을 의아해했다. 전직 대변인 A 씨는 “미국 방문은 정권을 떠나 임기 초든 후반이든 가장 중요한 해외 일정 중 하나”라며 “내 경우 미국에선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시간 단위로 쪼개져 있었는데 어떻게 술 마실 시간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미국 순방은 하루에 3, 4시간도 못 잘 만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출발 며칠 전부터 술을 자제하며 몸을 만들어야 할 정도”라며 “나는 미국 순방 기간에 과로로 대상포진에 걸렸지만 일정이 바빠서 치료도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은 서울보다 13시간 늦은 만큼 미국 순방 기간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 시간에 맞춰 주로 밤이나 새벽에 기자단에 브리핑을 한다.
전직 대변인 C 씨는 “미국 순방을 가면 하루 종일 대통령 수행과 기자단 브리핑을 하다가 시간이 나면 식사도 거른 채 소파에서 1∼2시간 쓰러지듯 토막 잠을 자곤 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인턴을 격려하겠다며 술을 마신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 씨는 “순방 현지에서 나를 도왔던 인턴은 대부분 교포 대학생이었는데 어린 학생들과 무슨 술을 마시느냐”며 “격려 차원에서 순방을 마무리하면 수첩에 사인을 해주거나 인턴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대통령 서명이 적힌 손목시계 등 작은 선물을 전용기에 싣고 가 순방이 끝난 뒤 인턴 직원들에게 나눠 주면 참 좋아했다”며 “인턴들이 청와대 대변인을 어려워해 함께 식사하는 것도 불편하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의 호텔 방에 여성 인턴이 방문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C 씨는 “해외 순방 중 인턴 직원은 차량을 준비하거나 길을 안내하는 게 주 임무이며 순방 관련 서류 전달은 대부분 청와대 행정관들이 맡는다”며 “인턴이 대변인의 호텔 방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순방 지역이 비영어권인 경우 운전사도 종종 현지인이라 인턴 직원의 통역이 없으면 차를 타고 수행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런 일 빼고는 대변인이 따로 인턴을 부를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