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귀국-朴대통령에 보고 과정 의문점
윤창중-이남기 엇갈린 해명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 사진)의 방미 기간 중 중도 귀국을 놓고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오른쪽 사진)과 윤 전 대변인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재명·원대연 기자 base@donga.com
①귀국 결정 누가?
이 수석이 워싱턴 블레어하우스 앞에서 윤 전 대변인을 만난 것은 8일 오전 9시 반경(현지 시간)이다. 두 사람은 5분 정도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 내용을 놓고는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 수석은 대부분 “기억에 없다”고 했다. 당시 윤 전 대변인과 길게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대변인실 국장 등과 상의해 (거취를) 결정하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을 접한 수행단 내에서는 ‘윤 대변인이 귀국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수행단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프레스룸이 마련된 호텔까지 찾아와 ‘이러다 윤 전 대변인이 현지에서 체포되면 큰일이다’고 생각했다”며 “워싱턴에 남든, 조기에 귀국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봤고 결국 윤 전 대변인은 출국했다”고 전했다.
②주미대사관의 비행기 표 예약은 누가 지시?
본보 취재 결과 윤 전 대변인의 귀국 비행기 표는 8일 오전 9시경 주미 대사관 측에서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이 만나기 전 이미 윤 전 대변인의 비행기 표가 예약된 것이다. 결국 귀국 종용 논란의 핵심은 ‘대사관의 비행기 표 예약을 누가 부탁했느냐’로 모아진다. 이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행단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여권을 갖고 택시를 탔다’는 한국문화원 관계자의 말을 듣고 귀국 비행기를 탔을 것으로 추측만 했다가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뒤인 현지 시간 오후 11시경 윤 전 대변인이 서울행 비행기를 탄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측으로부터 ‘윤 전 대변인이 수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윤 전 대변인의 탑승사실을 확인한 뒤 수행단에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③민정수석, “따질 일 아니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12일 기자들을 만나 ‘귀국 종용’ 논란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어 특별히 따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물의를 빚은 분이 대통령 옆에 있는 게 적절한지는 판단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수석이 귀국하라고 했더라도 그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④“노팬티” 진술 왜 뒤늦게 확인?
그럼에도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당일엔 이 사실에 침묵했다가 다음 날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의 사과 직후 언론에 이 사실을 확인했다. 성추행 사건이 ‘귀국 종용’ 논란으로 비화하자 서둘러 방어막을 친 셈이다. 귀국 종용 논란이 자칫 수행단 차원에서 ‘피의자’를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과 민정수석실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청와대가 기자회견 직후 민정수석실 진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하루를 지연시킨 것은 추행 의혹의 실체 규명보다는 귀국 종용 의혹을 방어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⑤보고 지연은 빡빡한 일정 탓?
이 수석은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최영진 주미대사로부터 사안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전해 들었다. 그런데도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이 수석은 “8일 저녁 보고하려 했지만 대통령 일정이 너무 많아 미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수행단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의 서울행을 최종 확인한 뒤 보고하려다 보니 지체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방미 행보에 방해가 될까 봐 보고하지 않았는데 언론에 보도되면서 더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수석이 귀국 비행기 안에서 위성전화로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경질이 발표되면서 한국 시간 10일 새벽 포털 사이트마다 ‘윤창중 경질’이 최대 화제로 떠올랐는데도 허 비서실장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