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극인 도쿄 특파원
도난 불상은 원래 일본에 돌려주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충남 서산시 부석사는 쓰시마 섬 관음사 소유이던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해 “14세기에 한국에서 제작돼 부석사에 봉안돼 있던 것을 당시 창궐하던 왜구가 약탈했다”며 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약탈 증거가 있을까.
부석사 원우 스님에게 전화하자 3가지 근거를 말했다. “불교계에서는 불상을 이안(移安) 할 때 복장기(불상 안의 기록)에 기록하는 게 원칙인데 불상이 부석사 소유라는 기록만 있고 이안 기록이 없다. 또 관음사 주장대로 선물이나 기증이라면 왜 그 기록이 없는가. 불상 머리 부분이 파손된 것도 약탈의 증거다.” 원우 스님은 “절도 범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관음사가 소장 경위를 대면 언제든지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님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났다.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쓰시마 시는 올해 8월 열릴 예정이던 32년 전통의 한일 문화교류 행사인 조선통신사 행렬을 취소했다. 일본 규슈국립박물관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2014∼2015년 한일 순회전으로 열 예정이었던 ‘구다라(백제) 특별전’을 무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전시에 출품할 문화재 소장자들로부터 ‘한국에 가져가면 돌려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한국 법원도 곤혹스러운 처지일 것이다. 장물이지만 원 소유주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다툼이 생겼으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반환을 정지시켰을 텐데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외교 문제로 증폭된 것이다.
이번 문제는 국가 간 외교 문제이기도 하지만 불가에서 보자면 집안싸움이기도 하다. 이럴 때 부처님이라면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부석사 스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불상을 일단 돌려주시오. 경위야 어찌됐건 장물 형태로 돌려받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니오. 관음사 스님들도 이를 계기로 국민과 함께 일본 내 한국 약탈 문화재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시오. 이를 통해 양측 스님들이 한일 신뢰 회복의 단초를 마련하면 세상이 불가(佛家)를 우러러보지 않겠소.” 아라이 교수와 함께 해보는 상상이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