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서울충무초등학교 교장이 최근 교장실에서 왕자복장을 한 학생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등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교육현장의 문제도 처방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자 때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교사가 먼저 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시도를 한다면 학생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선생님과 학교에 애정을 품게 되진 않을까. 지금 소개할 교장선생님들의 노력처럼 말이다.
강원 화천군 사내중학교 강성일 교장은 사춘기 학생들에게 ‘친구’이자 ‘애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강 교장은 하루에 3시간씩 시간을 내 가정, 진로, 학교생활과 관련한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준다.
강 교장의 이 같은 이벤트는 올해로 6년째. 강 교장은 “학생들과 마음이 한번 가까워지니 요즘 급식시간엔 직접 배식을 하며 ‘편식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정겹다”고 했다.
교장실을 아예 학생들의 놀이터 겸 학습공간으로 제공한 교장도 있다. 이재관 서울충무초등학교 교장이 그 주인공.
이 교장은 교장실을 찾아와 1, 2학년은 영어노래, 3, 4학년은 영어동화책을 읽거나 외우면 상품으로 과자 속에 응원문구가 담긴 일명 ‘포천쿠키’나 먹거리 등을 선물로 준다. 교장실에 비치된 왕자 복장, 핼러윈 복장 등을 입고 꽃그네에 올라타 인증사진도 찍는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은 ‘칭찬 마일리지’. 마일리지 점수는 ‘급식 제일 먼저 먹기’ ‘숙제 면제권’ 등 혜택을 이용할 자격을 얻는 데 쓸 수 있다.
이 교장은 “영어동화 외우기는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아니지만 학생들이 교장실에 놀러가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레 영어동화 외우기 경쟁도 뜨겁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소통의 열기는 다시 학교 교장실로 옮겨졌다. 박 교장은 “학생들은 이제 교장실을 찾아와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면서 “학교에 오기를 싫어하던 한 학생도 교장실에서 나와 함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학교에 정을 붙인 뒤 착실한 학생으로 변화한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