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올 시즌 접전에 강하고 역전을 당하지 않는 강팀의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덕아웃 분위기도 좋다. 선수 각자가 제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내며 초보 사령탑 염경엽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4가지 슈퍼 DNA
1. 1점차 승부 6승1패
2. 5회 뒤진 경기 네차례나 역전
3. 확실한 역할 분담 수비탄탄
4. 매뉴얼야구의 승리
빈틈이 없다. 선두 넥센이 강팀의 DNA를 심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강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운’이 아닌 ‘실력’이 발판이다. 넥센은 13일 현재 21승10패(승률 0.67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순위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계속 매 경기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넥센은 올 시즌 1점차 경기에서 6승1패를 기록했다. 난타전 끝에 9-10으로 패한 KIA와의 광주 개막전 이후 1점차 승부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다. 2점차 경기는 7승2패, 3점차 경기는 5승1패다. 접전에서 대부분 이겼다.
역전패도 거의 없었다. 5회까지 앞선 13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반대로 5회까지 뒤진 경기를 역전한 것은 네 차례(7패)나 된다. 선취점을 올린 경기의 승률 역시 8할(12승3패)에 달한다.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이 내가 강조했던 것을 그 이상으로 잘해내고 있다. 타이트한 경기를 이기면서 고비를 잘 넘었다”고 흡족해할 만하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넥센이 올 시즌 치른 31경기 가운데 선발투수가 5이닝을 못 채운 건 총 3경기뿐이다. 기준을 6이닝으로 늘려도 12경기가 전부다. 염경엽 감독은 “초반에 너무 무너져서 뺀 것 외에는 대부분 최대한 끌고 갔다. 그래야 불펜의 힘도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훈련해온 야수들은 주전과 백업, 대타와 대주자 등 주어진 역할을 톱니바퀴처럼 수행한다. 게다가 타선에는 상대투수가 쉬어갈 곳이 없다. 탄탄한 테이블세터와 막강한 중심타선을 지나치면 6번 이성열(20타점)∼7번 유한준(12타점)∼8번 김민성(13타점)이 기다린다. 수비도 탄탄하다. 실책이 삼성(11개) 다음으로 적은 14개에 불과하다.
넥센발 돌풍의 강도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훨씬 세다. 원칙을 지키고 힘을 아낄 만큼 아끼면서 일궈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26∼29일 휴식을 앞두고 선발 김병현과 밴 헤켄을 아예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번에도 17∼20일 휴식기를 고려해 김병현과 강윤구를 1군 엔트리에서 뺐다. 4일간 경기가 없다는 이유로 선발투수를 불펜에 긴급 수혈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 11·12일 목동 SK전에선 주전들의 과부하를 고려해 백업 요원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승부처가 찾아온 경기 막판 주전들을 투입해 두 경기 모두 이겼다. 집중과 안배의 승리다. 역대 20승 선착팀의 4강 진출 확률은 94%. 올해 목동구장에서 첫 가을잔치가 열릴 확률이 벌써 그 정도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