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긴 한방!… 45일새 매출 100억원 돌파
아모레퍼시픽의 신개념 마무리 화장품 ‘미안피니셔’가 탄생하기까지 인삼과 녹차의 효능에 대한 10여 년에 걸친 연구와 한방 문헌 스터디 등 치열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왼쪽부터 신제품 개발에 참여한 박성일 화장품연구소 책임연구원, 연은혜 설화수 브랜드 매니저, 조가영 한의사(피부과학연구소).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마케팅을 담당하는 연은혜 프로덕트 매니저(PM)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고객 대상 테스트를 진행하며 고민에 빠졌다. 설화수의 베스트상품인 ‘윤조 에센스’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팀이 신상품 개발을 본격화한 지 3년째였다. 오랜 한방 연구가 뒷받침된 덕에 성능은 자신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샘플을 수거하려고 하자 제품에 만족한 고객들이 너도나도 “쓰던 거라도 더 얻을 수 없겠느냐”고 요청해 왔다. 연 매니저는 “라벨도 안 붙은 테스트 제품을 더 갖고 싶어 하는 건 처음 봤다”며 “이 정도면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설화수의 신개념 마무리 화장품 ‘미안(美顔)피니셔’ 이야기다.
지난달 1일 첫선을 보인 설화수 ‘미안피니셔’ 돌풍이 거세다. 출시 한 달 반 만에 매출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설화수 신제품 중 최단기간 100억 원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이 화장품, 개념이 좀 낯설다. ‘스킨케어를 마무리해 주는 기초 제품’이라는,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의 제품이다. 보통 한국 여성들은 에센스, 스킨, 로션, 크림 순으로 기본 케어를 마무리하는데 여기에 덧붙여 맨 마지막에 쓰는 ‘피니셔’라는 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수표동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미안피니셔’ 개발진을 만났다. ‘피니셔’란 독특한 콘셉트가 탄생한 데는 이들의 오랜 연구와 다양한 아이디어가 뒷받침됐다.
신제품의 개념에 대한 단초는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가정백과라고 할 수 있는 ‘규합총서’에서 처음 찾았다. 우리 선조들이 오이, 수박 등으로 만든 ‘미안수’로 피부 관리를 마무리함으로써 윤택을 더했다는 내용을 발견한 것이다. ‘미안수’의 지혜에 설화수의 기술을 더하면 시장을 놀라게 할 새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고문헌을 뒤지며 본격적인 스터디가 시작됐다. 피부과학연구소 한방과학연구팀에서 일하고 있는 조가영 한의사는 “한방 이론에서 보는 최고의 피부는 윤택한 피부로 ‘열 발자국 밖에서 봤을 때 빛이 나면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정말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는 눈으로 봤을 때 ‘생(生) 윤기’가 흐르는 피부이고 우리 제품이 이를 살려주는 제품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화장품의 새로운 카테고리 창조”
하지만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녹삼 추출물의 분자량이 커 피부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3년 내내 매달린 끝에 효소에서 답을 찾아냈다. 화학 공정을 따로 안 거치고도 효소를 이용해 흡수가 잘되고 피부 보호막 효과까지 내는 친환경 ‘녹삼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33∼42세 여성 고객 60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결과 전 분야에서 93% 이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결과는 예측대로 대성공이었다. 이들은 ‘미안피니셔’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 한의사는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시제품을 얻어다 바르면서 메이크업을 안 해도 얼굴에 자연스러운 광택이 살아나는 효과를 체험했다”고 전했다.
설화수의 여러 신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박 책임연구원에게도 이번 제품은 남다르다. 그는 “단순히 새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윤조 에센스’란 제품으로 한국 여성들에게 스킨케어의 시작인 ‘에센스’를 처음 소개했던 아모레퍼시픽이 이번에는 ‘피니셔’로 마무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 매니저는 “최근에는 화장품의 전통적인 유형이 붕괴되고 새로운 제품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아모레퍼시픽이 ‘미안피니셔’를 중심으로 이런 트렌드를 이끄는 넘버원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