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의 임원은 매주 월요일에 국내 다른 지역과 중국 등 4, 5곳을 화상으로 연결해 회의를 갖는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각 사업장의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이 회의에선 신규 투자를 비롯한 회사의 중요한 사안들이 논의된다. 그는 “전자결재와 전화회의, 화상회의를 이용하면 지역적인 거리가 큰 장애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뿐 아니다. 해외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전부터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스마트 경영을 정착시켰다.
세종특별자치시로 청사를 이전한 경제 부처의 장관들이 일정의 86%를 세종시 밖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장관 5명은 취임 후 164건의 공개 일정 가운데 23건(14%)만 세종시에서 소화했다. 이들이 외부에서 일정을 수행한 곳 중에는 서울이 110건(67%)으로 가장 많았다. 이러다 보니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 과천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는 말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는 백지화 논란이 계속된 끝에 2∼3년 동안 도시 건설이 중단됐다. 부처 이전을 위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상태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전을 서둘렀다. 세종시의 인프라 부족과 서울 과천 대전 세종 4군데로 나누어진 행정의 비효율성은 불을 보듯 예상된 일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이 처음 이전한 후 8개월이 넘도록 세종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영상회의장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에만 있고, 그나마 한 건물에만 있어 필요할 때 신속하게 모여 회의를 하기 어렵다.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포함해 자리에 맞게 결정 권한을 나누는 일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팀장이 인도와 홍콩에 팀원들을 두고 인사 평가도 할 만큼 업무 처리를 체계화했다. 세종시를 살리려면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컨설팅을 받아서라도 스마트 업무 체제를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