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경북의 사립대생 A 씨를 보면 벤자민이 떠오른다. 그는 인문계열을 전공한다. 올해 4학년. 글 읽기를 좋아해 어릴 때부터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섭렵했다. 시골 외갓집에서 읽을거리가 떨어지자 농약병을 들고 설명문을 보다가 경을 칠 정도였다. 책에 빠져 입시 공부를 소홀히 했다가 지방대에 겨우 진학했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몇몇 선배들은 백수 되기 싫으면 편입 준비를 하라고 했다. 대학에 오자마자 나갈 준비를 하라니 기분이 별로였다. 그런데 지방대생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원서조차 얻지 못하는 선배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 정책이 발표된 지 1년 남짓 흐른 지금, A 씨는 지방대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을까? 답은 누구나 예상하듯 ‘아니올시다’이다. 지난해 일반편입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신 뒤 더 강도 높은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학점은행제로 독학사를 취득해 학사편입(대학 졸업자가 편입하는 제도)을 하려고 기를 쓴다. 이는 지방에서 준비하기 어려워 아예 휴학을 하고 상경해 편입 학원에 다닌다.
대학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와 학점에 치이는 A 씨의 삶은 자꾸 고3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고교 때 즐기던 소설 한 권 읽을 틈이 없이 수험서와 정보지에 파묻혀 산다. 대학에 다니던 벤자민이 종이접기에 빠진 어린아이가 되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부는 지방대 살리기 정책 차원에서 편입 축소를 결정했다지만 현장은 거꾸로 간다. 취업이란 전쟁터에서 원서접수 단계부터 퇴짜를 맞는 지방대생들은 편입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 못한다. 좁아진 문을 뚫으려 아예 학교를 등질 뿐이다.
정부는 1999년 이후 네 번째 편입학 축소 정책을 내놓았지만 한 번도 지방대의 학생 이탈 행렬을 막지 못했다. 근본 대책이 아니니 당연하다. 지방대생이 그 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방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지 않으면 시간을 거스르는 지방대생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