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공동주택의 노후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투기 대상으로만 인식해 행정 규제에 골몰해 온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최소 연한은 30년으로 늘렸고, 온갖 도시계획심의가 붙으면서 제대로 된 계획도 어려운 상태다.
리모델링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수직 증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옥죄는 규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형 평형을 나누어 가구수를 증가시키는 데도 제약이 있고, 거꾸로 가구를 통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설비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더구나 과거에 시공된 건물은 설비배관이 벽체에 매립되어 있어 고장이 나더라도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또 주차시설 부족이나 승강기 노후화, 중앙난방, 외벽 누수 등으로 주거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러한 주거 여건을 고려할 때 도시주택 정책 측면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더이상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재건축은 신규 택지 개발 없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난개발 확대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대량의 폐기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요즈음 폐콘크리트는 전량 재활용하는 추세다. 따라서 자원이 낭비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제는 과거 개발 시대에 건설되었던 주택 200만 채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사업과 같은 범국가적인 도시정비 프로젝트가 입안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