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일 제주대 명예교수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모색’ 세미나에서, 이른바 정부 요직 인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정치학의 대석학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반도’란 말을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현장을 나는 지켜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6일 열린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에서도 유독 일본인 발표자는 한반도라는 말을 쓰면서 영토 문제를 강하게 언급했다.
왜 ‘한반도’란 말을 쓰면 안 되는가.
이러한 뜻을 모르고 무심코 지금까지도 계속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민족정신을 모욕하는 일이다. 늦었지만 우리가 써서는 안 될 일본인의 속셈이 담긴 일본식 한자어임을 자각하자. 더구나 의식 있는 지성인이라면, 이 말은 이제 버려야 할 언어 유산이요, 폐기처분해야 할 말이다. ‘지성인이 되려면 언어불감증에서 퍼뜩 깨어나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6·25전쟁으로 분단국이 된 이래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가 이 서러움과 고통을 극복하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반도임을 인정해야 하는가.
언어는 외교의 가장 기초요 기본이다. 외교의 기초는 언어 구사에서 출발한다. 잘못된 언어 습관은 고쳐야 한다. 국어는 일상생활의 기초가 되는 나라의 기본법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이 기회에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의 ‘한반도’란 용어도 우리말로 바로잡아야 한다.
최규일 제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