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맨유 이끈 명장 ‘애처가’로 유명… 아내 한마디에 벽장 가득 트로피 치워“처제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 곁 지킬것”
47년간 알렉스 퍼거슨 감독(오른쪽)을 내조해온 아내 캐시 퍼거슨 씨. 퍼거슨 감독은 아내를 “내 성공의 핵심인물(key figure)”이라고 칭송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그의 아내 캐시 퍼거슨 씨(74)가 집 안 벽을 가득 장식한 트로피에 답답함을 느껴 “당장 치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카리스마 넘치는 맹장(猛將)이었지만 아내의 요구에 따라 트로피를 창고 속으로 치웠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중 하프타임 때마다 실수한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입김이 불처럼 뜨겁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헤어드라이어’ 입김을 퍼거슨 감독에게 내뿜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부인 캐시 씨이다.
그의 부인은 1986년 맨유 감독 취임 이후 휴일도 없이 축구에만 집착해 온 남편이 집 안에서까지 ‘축구 이야기’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퍼거슨 감독이 “오늘 경기에 져서 속상하다”라고 말하면 “우리 집 세탁기가 고장 났네요. 알렉스”라고 대답했다. 퍼거슨 감독이 집에서 축구 관련 책을 보려고 하면 “지금 뭘 보느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캐시 씨는 집 안에서 트로피를 모두 치운 이유에 대해 “남자가 자신이 이룬 성공을 자꾸 보면 스스로 위대하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은 “퍼거슨 감독이 항상 과거의 영광보다는 미래의 성취에 더 관심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캐시 씨는 1966년 영국 글래스고의 레밍턴 타자기 회사에서 일하던 중 퍼거슨 감독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47년간 남편의 성공을 지켜보면서도 글래스고 특유의 소박한 노동자 계급 가정의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1999년 남편의 기사작위 수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그동안 받은 명예와 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며 과분해했다.
퍼거슨 감독이 13일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고별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의 아내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캐시 씨는 평생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