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역 275곳 중 준공 14곳 그쳐… 주민들 “우면산 산사태 재연될라” 우려
서울시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사태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사방댐 보막이 등 사방(砂防)시설을 설치하는 산사태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서울시와 은평구가 이달 말까지 이 씨가 사는 아파트 일대에 사방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 씨는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며 “이대로 장마철을 맞았다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내 25개 자치구와 함께 장마철 전인 이달 말까지 시내 산사태 취약지역 275곳에 사방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이 공사에 국비와 시비를 합쳐 289억10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13일 본보가 입수한 서울시의 ‘2013년 산사태 예방 사방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보면 공사 예정 275곳 중 이달 말까지 사방시설 준공이 예정된 지역은 53곳(완료 14곳 포함)에 불과하다. 시는 올해 초 공사 완료 시점을 이달 말까지로 정했다가 다음 달 15일로 이미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275곳 중 113곳의 준공 예정 시기는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되는 다음 달 15일 이후로 되어 있다. 113곳 중 64곳은 장마가 끝나는 시점인 7, 8월에 준공된다. 이마저도 계획에 불과해 실제 해당 시기에 끝날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시설을 설치한 뒤 지반이 다져지는 안정화 기간을 가지려면 최소한 장마철 한두 달 전에는 관련 공사가 끝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사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장소 중 상당수가 사유지 내에 있어 사유지 주인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275곳 중 사유지에 포함된 지역은 10곳 안팎에 불과하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방사업법에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사방시설은 사유지 여부에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게끔 명시돼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추진했는데도 준공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결국 사방시설 설치 사업을 총괄하는 시의 추진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사방시설 설치 목표인 215개를 연말에 가서야 모두 준공했는데 올해는 많이 나아진 것”이라며 “장마철 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업체와 자치구를 최대한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