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법원에서 엇갈린 판단이 나오고 있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법리에 따라 판결한 것이지만 관련법 규정이 통상임금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빚어지는 문제인 만큼 관련법을 서둘러 개정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최근 근로복지공단 일반직 5급 직원 조모 씨(35)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상여금 등 각종 수당도 통상임금이므로 육아휴직비를 다시 산정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2011년 2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한 조 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상여금과 장기근속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휴직수당을 산정하자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인천지법 민사합의 11부(부장판사 김범준)는 9일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근속수당, 식대수당을 포함시켜 달라”며 삼화고속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처음으로 ‘분기마다 주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한 뒤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법원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나온 상여금의 정의에 따른 판결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는 통상임금에 대해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도급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특정 연차나 일정 직급까지는 얼마’ 식으로 일괄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업무성과나 근무실적에 따라 다른 액수를 줬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은 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을 제외한 전체 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600%를 상여금으로 매달 50%씩 나눠 지급했다. 상여금 지급 대상 기간 중 신규 임용되거나 복직 휴직 정직 퇴직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무 일수만큼 상여금을 지급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연봉제 적용 대상 이외 직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임금이므로 통상임금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화고속은 직전 2개월간 받은 기본급과 근속수당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100∼150%의 돈을 연 6회 상여금으로 줬다. 하지만 입사 후 3개월 미만은 상여금을 안 줬고, 3개월 이상부터 1년 미만 근무자에게는 차등 지급했다. 인천지법이 “근무 상황에 따라 상여금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는 비고정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이유다.
약 20년간 고용노동부(전 노동부)는 ‘한 달 주기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통상임금’이라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정해왔다. 대법원도 처음에는 이를 수용했지만, 점점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혀 왔다. 1994년에는 “육아수당은 모든 근로자에게 주지는 않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 조건 없이 주므로 통상임금이다”라며 일괄성 개념을 넓혔다. 1996년에는 “명절이나 하계 휴가비처럼 분기나 연 단위로 지급되는 금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정기성 개념을 확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이전이라도 고용부가 지침을 현실과 법원 판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정규직만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므로 노사정이 복지기금을 마련해 비정규직도 이득을 공유하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