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운상展… 현대 미인도 개척 ‘20세기 신윤복’김영주展… 인간의 본질 캔 ‘캔버스 인문학자’
동양화가 목불 장운상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절대미를 꿈꾸다’전에 나온 ‘여인도’(1977년). 그는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결합한 미인도의 대가이면서 동양화 누드의 효시로 꼽힌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한국화 전시에 주력해온 월전미술관이 동양화가 목불 장운상(1926∼1982)의 전시를 마련했다. 수묵인물화를 통해 동양화의 전통을 지키려 했던 화가의 여정을 작고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되짚는 자리다. 추상적 표현 등 한국화의 실험이 활발했던 시절에 맥이 끊기다시피 한 미인도를 현대에 되살린 작품 등 70점을 선보였다. 6월 23일까지. 1000∼2000원. 031-637-0033
광복 이후 척박한 환경에서 창작과 평론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박수근 이중섭 등 동세대 작가에 비해 미술계의 관심에서 멀어진 서양화가 김영주(1920∼1995). 그의 빼어난 작품들을 다시 만날 기회도 생겼다. 권상능 조선화랑 대표(79)가 기획한 ‘김영주 재조명’전. 대작 중심의 1부(8∼13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 이어 15일∼6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컨벤션센터 2층 조선화랑으로 2부 전시가 이어진다. 무료. 02-6000-5880
○ 20세기 ‘미인도’를 개척하다
“아름다운 미인의 얼굴보다 우리를 즐겁게, 흐뭇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자신의 말대로 목불은 평생 아름다운 여인을 즐겨 그렸던 ‘미인도’의 대가였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에 뿌리를 두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여인을 묘사한 작품들은 ‘성형 공화국’으로 불리는 오늘날 미의 기준이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스승이었던 월전 장우성의 수묵인물화를 계승하면서도 도회적 감성을 접목한 ‘미인도’들이 반겨준다. 한복에 현대적 헤어스타일을 한 여인이 있는가 하면, 8등신에 가까운 몸 비례에 테니스 채를 든 여인도 보인다. 섬유예술가 아내(이신자 씨)와 영향을 주고받은 듯 그림의 배경에 디자인 감각을 살린 작품도 있다. 극단적 실험보다 ‘(그림은) 보고 즐거워야 한다’는 화가의 지론을 담은 ‘미인도’는 생전에 화려한 명성을 누렸으나 타계 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다.
○ 인간과 그 본질을 탐구하다
인간을 주제로 일관된 작업을 해온 김영주 재조명전에 나온 ‘신화시대-춤’(1986년). 자유분방한 그라피티 형식이 눈길을 끈다. 조선화랑 제공
권상능 대표는 “미술시장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지나친 상업주의와 이기주의에 가려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할 작가들이 오히려 가려지고 도태된 측면을 낳은 것은 우리 문화의 큰 손실”이라고 아쉬워했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