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 다큐영화 ‘길 위에서’ ‘춤추는 숲’
비구니들의 도량인 백흥암을 살며시 엿본 ‘길 위에서’(위)와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춤추는 숲’. 백두대간 제공
‘길 위에서’는 무엄하게도 빗장 굳게 닫힌 비구니 수행 도량 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민다. 2011년 안식년을 맞은 이창재 중앙대 영상학부 교수가 경북 영천시 팔공산 자락의 백흥암을 찾았다. “스님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했지만 퇴짜 맞기를 여러 차례. 삼고초려 끝에 승낙을 받아 10개월간 카메라 렌즈를 열었다.
영화에는 나를 버리고 도를 찾아 산문(山門)에 들어선 행자(출가해 스님이 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수행자)와 스님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세 살 때 부모를 잃고 절에서 자란 선우 스님은 앳된 얼굴이다. “평범하게 자라 대학 졸업하고 출가하고 싶었다”는 선우 스님에게 절집의 삶은 운명이고 업이다. 민재 행자는 인터넷으로 각 종교를 비교해보고 절에 왔다. 다른 종교는 모두 신을 믿는데 불교는 ‘자신을 믿으라’고 해서 절에 왔단다. 행자생활이 고될 때는 “주5일 근무를 하면 안돼요?”라고 스스럼없이 묻는 신세대 여성이다.
깊은 겨울 산사에서 윷놀이하고 눈싸움하는 비구니들의 일상을 담아낸 화면이 눈부시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비구니 절의 삶이 신선하면서도 애잔하다.
‘춤추는 숲’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사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해발 66m의 나지막한 동네 뒷산을 아이들이 뛰어노는 생태놀이터로 삼은 마을이다. 1993년 공동육아를 시작하며 공동체를 이뤘다.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곳 아이들은 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다. 아이 교육을 핑계로 하나둘 모여든 어른들은 서로 격이 없는 이웃사촌이 된다.
성미산 일부를 개발논리에 빼앗겼지만 주민들은 노래패를 만들고 공연을 하면서 ‘개발논리에 맞서는 환경논리’를 전파한다. 마을 사람들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진다. 이 마을 주민이며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강석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을에서 ‘뚝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고창석, ‘도깨비’로 나오는 정인기 등 낯익은 배우도 출연한다.
두 영화 모두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