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니아 메이어르 하프 독주회 ★★★★
12일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연 한국계 네덜란드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어르. 마스트미디어 제공
하프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주로 접하지만, 악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대개 ‘천사의 악기’처럼 부드럽고 고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메이어르의 하프는 속삭였다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까르르 웃거나 눈물을 꾹 참기도 했다.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8개 손가락으로 하프의 줄을 퉁겨 극적인 강약 대비와 물결이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선율,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까지 다채로운 향연을 펼쳐보였다.
메이어르는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에드워드 벤저민 브리튼(1913∼1976·영국)의 하프 모음곡 작품83, 가브리엘 피에르네(1863∼1937·프랑스)의 ‘즉흥곡-카프리스’ 작품9, 마리위스 플로투위스(1914∼2001·네덜란드)의 ‘오르페의 무덤’을 거쳐 마지막 곡에서 이번 연주회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친오빠와 네덜란드로 입양된 메이어르는 앙코르로 직접 작곡한 ‘아리랑’을 들려줬다. 그에게 내재된 한국적 정서가 손끝에서 피어오르자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여럿 나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