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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질긴 甲과 乙

입력 | 2013-05-14 03:00:00

■ 우즈 플레이어스 우승… 둘 사이 무슨 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와 그를 따라잡고 싶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33·스페인).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올해 특히 재미있었던 건 둘의 대결이 필드 안은 물론이고 밖에서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공격에 나선 쪽은 가르시아였다.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7220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한 가르시아는 악천후로 14번홀까지만 경기를 치른 뒤 포문을 열었다. 그는 “2번홀(파5)에서 백스윙을 할 때 우즈가 우드를 꺼내 들었다. 그 바람에 갤러리의 함성이 터졌고, 내가 제대로 샷을 하지 못했다”며 우즈를 비난했다.

이에 우즈는 “경기 운영위원이 치라고 해서 쳤을 뿐이다. 평소 가르시아와는 말도 잘 하지 않는다. 가르시아가 불평을 쏟아내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가르시아도 다시 “우즈는 같이 플레이하고 싶은 골퍼도 아니고 훌륭한 선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둘의 사이가 안 좋아진 데는 2000년 한 친선 대회에서 이긴 가르시아가 지나치게 과도한 세리머니를 해 우즈의 신경을 자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이날까지 정규 경기 20차례의 동반 플레이에서 승자는 대개 우즈였다. 우즈는 특히 3, 4라운드 주말 라운드에서는 6번 맞붙어 5차례 승리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13일 3라운드 잔여 경기를 끝냈을 때 둘은 11언더파로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와 함께 나란히 공동 선두였다. 속개된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는 케이시 위텐버그(미국)와, 가르시아는 마지막 조에서 링메르트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조는 갈렸지만 결과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력에서도, 멘털(정신력)에서도 갑(甲)은 여전히 우즈였다.

13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우즈는 14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로 다시 공동 선두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우즈는 16번홀(파5)에서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공을 홀 70c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다시 한 타를 앞서 나갔다. 뒤따라오던 가르시아도 16번홀 버디로 우즈와 동타를 이뤘다.

둘의 운명은 아일랜드 홀인 17번홀(파3)에서 갈렸다. 우즈가 짧은 파3(137야드)인 이 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한 반면 가르시아는 두 차례나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쿼드러플 보기로 무려 4타를 잃었다.

결국 우승컵은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친 우즈의 차지였다. 우즈는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즈는 올 시즌 7번 대회에 출전해 4번이나 우승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승 상금도 171만 달러(약 19억 원)로 상금 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PGA투어 통산 78승으로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샘 스니드(82승·미국)에게 4승 차로 다가섰다.

반면 마지막 두 홀에서 6타를 잃은 가르시아는 공동 8위(7언더파 281타)까지 추락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배상문(27·캘러웨이)이 공동 33위(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최경주(43·SK텔레콤)는 공동 48위(이븐파 288타), 위창수(41·테일러메이드)는 공동 55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