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화되는 朴대통령 구상
박근혜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구상은 이번 방미 때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그동안 상당히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추진이 가속화됐다는 전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박 대통령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말로 그치지 않고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 유엔-미국 포함하는 대형프로젝트로 발전
청와대는 이 구상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 공약의 확장판이라고 설명하지만 비중과 내용의 차이가 크다.
추진 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대선 공약 때 콘셉트는 ‘생태’에 맞춰져 있었다. 대선 공약집에는 DMZ가 우수한 자연 생태 환경과 역사·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돼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의 연장선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세계평화공원의 콘셉트는 ‘생태’보다는 ‘평화’라는 정치적 함의가 부각된다. 박 대통령도 미 의회 연설에서 “DMZ 세계평화공원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해 ‘생태’나 ‘지역개발’이 아닌 대북 정책 구상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추진 장소도 남한 내 지역 벨트에서 남북을 아우르는 특정 지역의 공원 개념으로 바뀌었다.
대선 공약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추진 주체가 ‘국제화’됐다는 데 있다. 대선 공약 당시 우리나라 단독으로 개발하는 개념에서 남북뿐 아니라 유엔과 미국까지 포함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이는 “남한 단독으로 시행하는 대북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각종 대북 사업에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참여해야만 북한이 함부로 중단할 수 없어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국제화와 유라시아철도 구상뿐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유엔 주도 프로젝트 구상의 다목적 포석
박 대통령이 이번 세계평화공원의 핵심 파트너로 유엔을 택한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유엔은 이번 사업에 북한 참여를 설득할 수 있고, 전 세계에 세계평화공원의 의의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스울리히 자이트 전 주한 독일대사도 한국 정부 관계자와 국내 전문가들에게 “판문점 등 DMZ 일대와 휴전선 인근인 파주, 철원, 동두천 등에 ‘유엔 평화 도시(UN Peace City)’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한국 내 대표적인 독일통인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에 따르면 자이트 전 대사는 “DMZ와 그 인근에 유엔 평화도시를 조성하면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상징물이나 행사를 마련할 수 있고, 북한도 유엔 평화도시에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이끌어낼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선정한 국정과제 140개에도 빠져 있었던 세계평화공원을 핵심 대북정책으로 추진하게 된 건 취임 직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사태 등이 터지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간의 끈이 사라진 이후 새로운 돌파구로 평화공원 카드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은 결국 북한이 이 구상에 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엔과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도 일부 포함되는 구상이어서 북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동정민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