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죽었어”… 올드보이들의 귀환
OB 복귀의 대표 주자는 1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64). 1999년 두 번째 총리 임기 중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그는 이후 8년간 망명생활을 했으나 2007년 귀국 후 강경 반미(反美) 노선을 고수해 세 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샤리프가 총리 시절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했으나 그를 쫓아내고 대통령이 됐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70)도 3월 말 4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당시 대법관을 불법 해임한 혐의로 체포됐으나 항소해 정치활동 재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유명 배우 출신으로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뇌물 스캔들로 2001년 사퇴했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76)은 13일 수도 마닐라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2007년 9월 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후임자인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줄곧 정치적 재기를 모색해왔다.
다음 달 14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이란에서도 올드 보이의 귀환이 예상된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79)은 80세를 앞둔 고령에도 불구하고 11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 30분 전에 후보 등록을 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지지하는 강경 민족주의자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에이와 1, 2위를 다투고 있어 재집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파키스탄 이탈리아 등 경제난이 심각한 나라에서 올드 보이의 귀환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것은 민심이 이탈해 과거 정치인들에게 비교적 손쉽게 권력 장악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정치적 공백기에는 옛날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쇄신하기가 쉽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총선에서 실각한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은 1947년 건국 후 66년 만에 5년 임기를 채웠지만 10%대의 고물가, 최악의 전력난, 탈레반 테러가 횡행하는 불안한 치안 때문에 역시 부패와 무능으로 두 차례나 실각했던 샤리프 전 총리에게 사실상 정권을 넘겨주다시피 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베를루스코니는 2월 총선 당시 “총선에서 승리하면 재산세를 즉각 폐지하고, 지난해 걷은 재산세 40억 유로(약 5조8000억 원)를 돌려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워 약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