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호두로 담백·고소한 맛 살려
소금과 설탕이 환영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저염·저당·무첨가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업계가 앞 다퉈 관련 제품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SPC그룹의 대표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제빵업계 최초로 설탕 0%의 ‘무(無)설탕 식빵’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무설탕 식빵’은 SPC가 1945년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68년 동안 제빵 한 길을 걸어온 ‘상미당 정신’을 살린 제품이다. 파리바게뜨는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가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특수공법으로 설탕 없이 발효되는 식빵의 시대를 열었다.
설탕 없이 빵을 만든다는 것은 소금 없이 김치를 담그는 것만큼이나 무모하게 여겨졌던 기술이다. 식빵은 효모의 발효로 만들어지는데 설탕이 효모의 발효를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설탕은 또 빵의 맛과 향, 식감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SPC 연구진은 먼저 설탕을 넣지 않음으로써 금세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빵의 노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반죽의 방법을 달리하는 등 발효에 훨씬 더 공을 들여야만 했다. 또 설탕을 전혀 넣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조공정에서 자체적으로 생겨나는 당까지 제어하기 위해 무수한 실험을 반복했다. 이렇게 개발된 특수 발효공법으로 식빵 100g당 당 함량을 0.5g 미만으로 끌어내린 뒤에야 비로소 ‘무설탕 무당(無糖) 식빵’ 이름을 달 수 있게 됐다. ‘무설탕 식빵’은 흰 쌀밥처럼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살아나는 게 특징이다.
무설탕 식빵이 나오기 20년 전인 1993년 파리바게뜨가 선보인 ‘그대로 토스트’ 식빵은 우유식빵, 옥수수식빵이 전부였던 당시 베이커리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0년대 들어서는 미혼 직장인과 싱글족들의 증가로 소량이면서도 밥을 대신할 만한 빵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했다. 식빵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해 두께를 브런치용(33mm), 토스트용(18mm), 샌드위치용(15mm)으로 세분화한 제품이 선보였고,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함평 친환경쌀로 만든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 식빵’ 등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제품의 ‘기본’만을 담아 순수한 밀 본연의 자연스러운 맛을 살린 ‘먹으면 먹을수록 순수秀담백’식빵을 선보였다. 특허 출원된 ‘탕종법’을 사용해 56시간 저온에서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식빵 본연의 단맛과 함께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이처럼 파리바게뜨는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흐름을 읽고, 끝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필수원료 중에서도 줄일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밥 대신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이 ‘100세 시대’ 식빵의 트렌드라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