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생면을 연구해온 이승호 자연은맛있다 팀장은 “갓 뽑은 생면을 고온에서 단시간 바람으로 건조시켜 생면의 쫄깃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풀무원 생라면의 비법”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생라면은 바람으로 건조시킨 면발을 물에 가열해 생면 그대로의 촉촉함과 탱탱함을 살렸으며 튀기지 않아 칼로리와 기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프 또한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비롯한 7가지 화학적 합성첨가물을 쓰지 않은 대신 표고버섯, 무, 양파, 양배추 등 자연 재료를 우려내 제조했다.
‘꽃게짬뽕’에 이은 ‘오징어짜장’ 역시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이 특징이다. 여기에 캐러멜 색소 대신 오징어 먹물과 100% 올리브유를 사용했다. AC닐슨 조사결과에 따르면 봉지라면을 기준으로 집계한 짜장라면 매출액 순위에서 오징어짜장은 농심의 ‘짜파게티’, ‘짜파게티 사천요리’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비빔면 시장은 오랜 기간 다른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비슷비슷한 상품으로 비빔면 시장에 나설 수 없었다. 제품 개발 전 실시한 사전 조사 결과 기존 비빔면 제품의 면발이 쫄깃하지 않아 쉽게 퍼진다는 평가도 있었고 차별화된 맛과 건더기의 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여기서 ‘자연은 맛있다’가 만들어야 할 비빔면의 콘셉트가 세워졌다.
이 팀장은 “생라면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탕면과 달리 차갑게 먹는 비빔면에서 탱글탱글한 생면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자연은 맛있다’의 강점인 쫄깃한 면발은 자신 있었지만 생라면을 더욱 특별하게 해줄 뭔가가 필요했다.
골뱅이가 주는 친근함이 30, 40대 주부뿐 아니라 젊은 남녀까지 끌어안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바로 골뱅이 조사에 들어갔다. ‘골뱅이 비빔면’을 상품화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골뱅이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식감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면발과 골뱅이의 연구가 끝나자 두 가지를 비벼줄 양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김영상 선임연구원은 “액상수프는 생산 후 상온 유통되며 3개월 이후부터 맛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맛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액상수프를 분말로 만들어 이러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매콤함을 더하기 위해 태양초 고추장과 청양고추 외에 하바네로 고추를 사용했다. 하바네로 고추는 끓이지 않고 날로 먹어야 하는 비빔양념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른 고추보다 풋내가 덜하고 발효 숙성했을 때 부드러운 매콤함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매실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골뱅이 비빔면’는 출시 직후 구매 고객 1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맛이 깔끔하다’ ‘매콤·새콤·달콤하다’ 등의 평가가 이어졌으며 맛에 대한 만족도가 72%에 달했다. 또한 소비자의 약 80%가 다시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