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폭탄의 낙진 덮어쓴 대통령… 사과의 치욕, 인사 실패의 부메랑참모는 卒이 아니고 운명 동반자… 인적권위 없으면 국민신뢰 못얻어진정한 적재적소 인사의 의미, 금후 인사에서 살려내면 전화위복
배인준 주필
민주국가의 대통령 권력은 총구가 아닌 인사권에서 나온다. 그러나 인사 붕괴의 낙진은 대통령이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권력의 절대주주는 책임의 절대주주가 되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막강한 인사권이 양날의 칼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 마음에 든다고 내 맘대로 인사를 해서는 안 되는 현실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부는 다수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많은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는 ‘인적 권위’가 중요하다. 인적 권위의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지만, 대통령만이 정부의 권위를 완성할 수는 없다.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청와대 핵심비서 자리에 ‘아, 저 정도 인물이면 괜찮겠네’ 하는 평판을 들을 만한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야 한다. 윤창중처럼 대형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해서 곧 적재(適材)는 아니다.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장관감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인사권의 힘으로 장관 자리에 앉힌다고 해서 장관의 권위와 리더십이 생기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다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면 끝내는 대통령이 불신 받게 된다. 집을 하나 짓는 데도 잔가지들을 모아 기둥과 들보를 세울 수는 없다.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워싱턴 사건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직무를 이해하고, 실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들은 본연의 역할을 위해 원만하고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의 마음을 샀는지는 몰라도 언론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했다. 워싱턴에서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언론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신상관리에 더 신경 쓴 사람들이다. 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평가한다면 이들은 그 자리의 적임자가 아니다. 이런 인사가 성공적 인사일 수 없다.
낙마하긴 했지만 김용준 국무총리 카드는 대통령 인사관에 적지 않은 의문을 갖게 했다. 책임총리가 아니라 얼굴마담 총리, 대독(代讀) 총리, 무늬만 총리, 그 어떤 총리라도 총리 직은 격무이다. 김 씨가 시도 때도 없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더러는 대통령 직무도 대신하고, 수많은 국민과 행사 속을 넘나들며 작은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통령 당선인은 판단했던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그야말로 그 다음 문제라고 나는 생각했다.
대통령은 앞으로도 많은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윤창중 사건을 거울 삼아 ‘인사 리모델링’을 잘한다면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강조했던 대로, 최고의 능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 적재적소에 앉히고 나랏일을 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준다면….
그야말로 인재다운 인재를 찾아내고 용인(用人)하는 것은 대통령 성공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제 후배 기자들과 함께 윤창중 사건에 대한 어느 시민의 반응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윤창중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해 주로 말했다. “그분의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분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잖아요.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는 그간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 시민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라고 정말 응원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