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상일여고, 전근 교사 찾아 선물… 교직원은 ‘카네이션 장학금’ 만들어
광주 상일여고 학생회 간부들이 14일 ‘선생님 사랑합니다’란 리본이 달린 화분과 감사의 편지 상자를 들고 있다. 이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전근 간 스승을 찾아가 선물을 전달한다. 상일여고 제공
광주 상일여고 3학년 이희재 양(18)은 9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2학년 담임을 맡았던 정지선 교사(32·여)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영어를 가르치는 정 교사는 상일여고에서 4년 동안 근무하다 올 3월 첨단고로 옮겼다. 이 양은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첨단고를 찾아가 정 교사에게 편지를 전달한다. 학생회 간부들은 이날 정 교사를 비롯해 올해 전출한 8명의 스승을 찾아간다. 조를 짜 지역별로 돌며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쓴 편지와 예쁜 선인장 화분이 담긴 선물상자를 안겨 드릴 예정이다.
상일여고 제자들이 학교를 옮긴 스승을 찾아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는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15명의 스승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에 아무 연락도 없이 교무실로 찾아온 제자들이 선물을 안겨줬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진구 교장(52)은 “동료 교사들로부터 한껏 부러움을 샀다는 교사부터 제자들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날’이었다며 연락한 교사도 있었다”며 “보은 행사를 마련한 우리 아이들이 대견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2008년 개교한 상일여고 교사들의 제자 사랑은 남달랐다. 자립형 공립고인 이 학교 50명의 교사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봄이면 섬진강을 걷고, 가을이면 제자들과 함께 무등산을 종주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신설 학교이다보니 학생과 교사 간 정이 더욱 두터울 수밖에 없었다.
▼ 하늘나라에서 보내온 장학금 ▼
故 윤여송 호남대 교수 유족 1000만원 기부
윤 교수의 부인 유순덕 씨(60)는 이틀 전 박 이사장을 방문해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일기장에서 설립자에 대한 존경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 학교 발전에 대한 열망 등이 가득 담긴 글을 읽었다”며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 유 씨는 “고인이 호남대와 제자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말도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윤 교수가 2년간 암 투병을 한 데다 경제적 사정도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고 “대학을 사랑하는 고인과 유가족들의 숭고한 뜻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유 씨는 이틀 후 박 이사장에게 1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보내 남편의 유지를 실천했다. 호남대는 윤 교수와 유족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 기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다음 달 14일 35주년 개교 기념식 때 광산캠퍼스에 ‘여송수(如松樹)’를 심기로 했다. 윤 교수는 금호고 교사를 거쳐 1979년부터 호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참스승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민속학 분야의 권위자로 전통민속 전승 보전에 큰 족적을 남긴 그는 인문과학대 학장과 제1기 교사편찬위원장, 홍보실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 발전에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