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혀진 진실과 남은 미스터리
[윤창중 파문] 밝혀진 진실과 남은 미스터리
① 처음부터 성추행 의도 있었나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 운전사는 7일 오후 9시 반경(현지 시간) W워싱턴DC 호텔 바에 갔다. 인턴이 윤 전 대변인의 옆자리에 앉았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맞은편에 앉은 사실은 확인됐다. 바가 문을 닫자 호텔 로비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와인 2병을 비운 뒤 운전사가 차를 가지러 갔다. 그사이 10여 분 동안 윤 전 대변인이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는 1차 성추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인턴에게 “오늘이 생일인데 외롭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술자리를 만들기 위해 꾸며낸 얘기로 보인다. 인사카드에 기록된 그의 생일은 7월 17일이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0시경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와 임시 청와대 회의실(CP)로 들어갔다. 행정관은 0시 반경 윤 전 대변인에게 “방으로 올라가라”며 엘리베이터를 잡아줬다. 윤 전 대변인이 엘리베이터를 탄 이후 4시간여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4시 반경 그가 호텔로 들어오는 것을 일부 기자들이 목격했다. 당시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현지에선 그가 워싱턴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에서 술을 마셨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③ 호텔 방에 간 인턴에겐 무슨 일이…
오전 5시 반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기에 앞서 수행단의 짐을 한곳에 모아야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은 짐을 내리지 않았다. 한 인턴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그걸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짐을 가지러 오는 것을 알면서도 알몸이었다면 성추행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호텔방에서 다시 한 번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인턴이 방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귀국 직후인 9일 대통령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다른 진술을 했다. 피해 여성이 짐을 가지러 방에 들어왔고, 자신은 샤워 중이었다는 것이다. 방 열쇠는 수시로 서류를 가져다 주려면 필요하다며 워싱턴 도착 직후 피해 여성에게 줬다고 했다.
④ 성추행 은폐 시도 있었나
피해 여성은 2차 성추행을 당한 뒤 울면서 자신의 룸메이트인 한국문화원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를 전해 들은 청와대 행정관은 문화원장과 함께 자초지종을 듣고자 피해 여성의 호텔방으로 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이때 윤 전 대변인이 동행했다는 보도가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찰에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문화원 직원이 신고 직후 사표를 내 사건을 은폐하려는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주 한인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에는 피해 여성이 1차 성추행을 당한 7일 밤 이 사실을 알렸으나 문화원 측이 방치해 2차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화원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문화원은 오전 9시경 서울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윤 전 대변인은 오전 9시 20분경 백악관 영빈관 앞에서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만났다. 일정에 쫓긴 이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호텔방에 가 있으라며 방 열쇠를 줬다. 일부 언론은 윤 전 대변인이 한동안 이 홍보수석의 호텔방에 있었다고 보도했으나 윤 전 대변인은 바로 공항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이 덜레스 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 표를 발권한 시간은 오전 9시 54분. 영빈관에서 공항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공항까지는 문화원 인턴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이 택시를 타고 갔다는 청와대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청와대 수뇌부가 귀국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채널A 영상]“대사관 윤창중 성추행 보고 묵살에 화나 경찰에 신고”
▶ [채널A 영상]‘성추행 신고’ 한국문화원 여직원 돌연 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