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 수장… 취임 11개월만에, 금융지주사론 새 정부 들어 4번째
신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금융이 지난 1년간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신용(금융)-경제 분리 후 지난해 6월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신 회장은 임기를 1년 1개월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줄곧 ‘MB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사표를 쓸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신 회장은 임원들에게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권한의) 한계가 있다. 여러 가지로 대주주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로 농협중앙회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제왕적 권력’을 누린다고 지적받는 여타 금융지주 회장과는 상황이 달랐던 셈이다. 최근 잇따른 전산장애와 해킹사건에 단골로 연루돼 금융당국이 징계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농협금융 측은 “취임할 때부터 임기 중반을 지날 때 회장직을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이번 사의 표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차기 회장이 뽑혀 취임하면 공식 퇴임할 예정이다.
새 정부 들어 금융지주 회장이 옷을 벗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강만수 전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직간접으로 입김을 미치는 금융지주의 수장 대부분이 물러났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정책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코스콤 등 금융공기업 수장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공기업 수장 가운데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없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