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한 역사인식을 결여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폭주(暴走)가 도를 한참 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최근 언행은 한국 중국 등 일제의 피해국은 물론이고 양식 있는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살아있는 전쟁포로를 생체실험에 이용한 악명 높은 ‘마루타’ 부대가 731부대라 불렸다. 미국 내 여론도 “독일 총리가 재미로 나치 친위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아베는 얼마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에서 시구(始球)할 때는 등번호가 96번인 유니폼을 입었다.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하는 헌법 96조의 규정을 완화해 평화헌법 개정의 물꼬를 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두 사례는 모두 아베의 계산된 ‘숫자정치’다.
아베 정권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슬그머니 대북(對北)특사를 평양에 보냈다.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일본의 최대 현안인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변명할지 몰라도 한국과 미국에 알리지 않고 특사를 보낸 것은 한미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인 북한의 처지를 이용해 외교적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이라면 치졸한 발상이다.
아베는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경화의 불길을 지피고 있다. 일본 국민은 이를 견제해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 양심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본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