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원로 진행자 송해
본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자신이 사인을 한 종이를 들고 환하게 웃는 송해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만난 방송진행자 송해(본명 송복희·86)는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의 홍보대사 제안을 즉석에서 받아들이며 눈물을 보였다. “교통 하면 사실… 할 얘기가 많아요. 저도 아픈 사연이 많이 있죠. 알죠?”
송해는 1974년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아들을 길에서 잃었다. 아들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숨진 사고 직후 그는 17년째 진행하던 KBS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의 진행자 자리를 내놨다. ‘전국노래자랑’ 이전에 그가 활약했던 또 다른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따뜻하고 짭조름했던 도로 위의 이야기는 아들의 사고와 함께 가장 아프게 하는 마음속 가시로 바뀌었다. “아직까지도 (아들이 사고로 숨진) 한남대교를 건너지 못해요. 근처에 갈 일이 있어도 다른 곳으로 멀리 돌아서 가죠.”
송해는 대중교통 사랑으로 유명하다. 자택이 있는 서울 매봉역에서 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이 있는 낙원동 근처 종로3가역까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닌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오가며 하는 걷기 운동을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로 꼽는다.
매주 떠나는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 관광버스, KBS 것. 그거 타면 편안해. 주변에서 물어봐요. ‘차 없으세요?’ 많지. BMW도 있고.” 진짜일까? “그게… 버스(Bus), 메트로(Metro·지하철), 워킹(Walking·걷기). 합쳐서 B, M, W!”
가끔 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탈 때도 송해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뒷좌석에 타면 답답해서 앞에 잘 타요. 택시든 자가용이든 똑같이 제 신호를 받고 설 자리에 서면 스스로에게 이득이 와요. 이기심에서 떠나야 교통법규가 섭니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면 되죠.”
송해는 종로2, 3, 4가동 명예파출소장으로 활동하며 경찰관들에게 단속 경찰들의 친절과 솔선수범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를 대하듯 빙그레 웃으며 안전운전 이야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교통정리’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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