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의 깐깐해진 ‘성실신고확인제’에 자영업자들 불만 가중
5월 말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를 앞두고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인 개인사업자들과 확인 업무를 맡는 세무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세청이 세수(稅收)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경제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는 납세(納稅) 행정에 대한 불만 중 하나다.
성실신고확인제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고의적 탈세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연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자영업자 등이 소득 신고를 하기 전에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의 확인을 받도록 한 이 제도는 도입 이전부터 국민의 납세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성실신고확인제에 대한 사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도소매업자들은 시장에서 과일 등을 사올 때처럼 여전히 ‘매입 영수증’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호소한다. 매입 사실이나 경비를 증명하지 못해 가산세나 종소세를 더 내야 한다는 불만이다. 세목별로 경비를 기록할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 세무사에게서 성실신고확인서를 받는 데 드는 100만∼150만 원의 수임료 등 추가비용도 적지 않다.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임료 수입은 늘었지만 국세청의 징계 등이 걱정돼서다. 한 세무사는 “고객이 ‘자료가 없다’고 하면 세무사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감사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면서 “거래하던 고객을 뺏길까 봐 확인서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지만 불성실 감사로 국세청에서 징계를 받을까 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납세자의 세금 신고와 관련해 세무사에게 사전 검증 책임을 주는 사례가 해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지나치게 세정 당국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실신고확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한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해야 할 검증 업무를 세무사에게 넘기고 여기에 과도한 책임까지 지우는 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사실상 사전 세무조사나 마찬가지여서 ‘자율신고 납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 제도를 손볼 계획이 없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성실신고확인제 시행 이후 관련 세수가 늘어 긍정적”이라며 “신고하지 않던 현금거래 등이 드러나다 보니 납세자의 부담이 늘고, 번거로움이 커질 수 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