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돈 얘기가 아닌 기분 얘기

입력 | 2013-05-18 03:00:00


직장인이라면 회사의 여자동료들이 ‘다른 이의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일까.

남성들은 새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과제 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다르다.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하나로 동료들의 마음을 먼저 끌어들이려고 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특히 지지받고 싶어 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찾아내고 싶은 것은, 공감을 주고받는 ‘기분’이다.

한 신생 벤처기업의 휴게실에서 여자 팀장이 동료 팀장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엔 없지만 B 팀장 아시죠? 그 사람은 경력도 짧고 전에 있던 직장에서 실적도 별로였거든요. 그런데 여기로 옮겨와서는 저보다 연봉이 훨씬 많은 거 있죠? 이게 말이 돼요?”

남자 팀장들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고 그중 한 명이 대화 주제를 바꾸려고 했다.

“죄송하지만… 돈 얘기는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라서….”

여자 팀장이 펄쩍 뛰었다.

“돈 얘기라뇨? 제가 언제요?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얘기잖아요.”

남성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 팀장이 왜 돈 얘기를 해놓고도,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는지. 이 대목에서 남성과 여성은 확실히 갈린다. 여성은 뇌 구조 자체가 남성과 다르다. 일부 뇌과학 분야 학자들이 ‘사회적 뇌’라고 부르는 부분이 있다. 편도체(측두엽의 뒤쪽에 있는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부분)와 그 주변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최근 가설을 통해, 이 부분이 다른 사람의 정서를 파악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른바 ‘공감’이 만들어지는 부분인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부분이 그 반대의 기능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에 나타난 미세한 변화 등을 감지해 자신에 대한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 공감하는지를 판단한다. 결국, 다른 이에게 공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남들이 자신에게 공감하는지에도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편도체와 함께 중요한 게 ‘뇌량’이라는 부분이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신경연결부의 집합인데 뇌량이 굵은 사람이 소통에 뛰어난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편도체나 뇌량 모두, 여성의 것이 남성에 비해 활성화되어 있거나 더욱 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성은 경쟁자보다 연봉이 적을 경우 ‘금액’ 자체에 민감하지만, 여성은 자신보다 많이 받는 ‘사람’에게 우선 기분이 나쁘다. 사실보다 기분이 우선인 여성끼리는 일단은 공감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게 여성들의 방식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