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노하라 히로코(野原廣子) 씨는 올해 1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화책 ‘딸이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를 냈다. 노하라 씨는 서문에서 “한 반에 여러 명이 등교를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례는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 경우 부모와 아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엄마는 ‘곧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일주일이 되어도 상황은 마찬가지. 엄마가 강제로 학교에 보내려 했더니 갑자기 딸은 두통과 복통을 호소했다. 사람 만나는 게 무섭고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섭다고 했다.
도통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딸을 일단 밖으로 유인해야 했다. 엄마는 시골에 있는 친정에 갔다. 딸은 사촌들과 수영을 하고 함께 뛰어다녔다. 표정도 밝아지고 몸도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문제없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딸은 여름방학 후에도 등교를 거부했다. 담임선생님이 매일 집으로 와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당시 등교 거부 6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극적 반전은 양호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일어났다. 두 달이 지나도록 등교를 거부하자 화가 잔뜩 난 엄마는 딸을 강제로 학교로 데려갔다. 학교 교정에서 엄마와 옥신각신하는 딸의 모습을 양호선생님이 봤다. 등교 거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양호선생님은 “괜찮아. 억지로 공부하지 않아도 돼. 뭔가 재미있는 걸 나랑 할까”라고 말했다. 그 후 딸은 교실엔 가지 않았지만 양호실엔 매일 갔다.
처음엔 양호실에 30분만 머물렀다. 그것도 커튼으로 가리고 병상에 누워 혼자 놀았다. 하지만 1시간, 2시간 양호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계속 늘었다. 양호선생님뿐 아니라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도 늘었다. 친구들도 하나둘 찾아왔다. 조금씩 딸은 쾌활해졌다.
딸이 제 발로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198일이 걸렸다. 그동안 엄마의 가슴은 새까맣게 탔다. 하지만 딸이 “실은 나도 학교 가고 싶은데…. 친구들하고도 놀고 싶은데…”라고 중얼거린 것을 들었을 때 마음을 고쳐먹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