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종교개혁/키르시 스티에르나 지음/박경수 김영란 옮김/527쪽·2만2000원/대한기독교서회
브란덴부르크 선거후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폰 브란덴부르크와 브라운슈바이크 귀족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 모녀관계인 두 여성은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은 아내들이었다. 그들은 개인적인 큰 희생을 치르면서 종교개혁을 받아들였으며 각자의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영토인 브란덴부르크와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신앙의 합법화를 이뤄냈다.
칼뱅의 도시인 제네바 여성 마리 당티에르는 최초의 페미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칼뱅은 처음으로 여성들의 설교를 인정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런 칼뱅도 마리가 선술집과 길거리에서 공개적인 설교를 하는 데는 분노했다. 그러나 마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교회 내의 여성 차별적 태도와 싸우고 여성 해방을 위한 성서적 기초를 쌓았다.
종교개혁이 20세기와 같은 의미의 페미니즘의 길을 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르주아 가정의 현모양처라는 상을 수립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여성들을 더 옥죄기도 했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친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종교개혁은 그 주된 이념인 ‘만인사제주의’가 그 안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해석됨으로써 오늘날 여성 해방의 길을 여는 단초를 제공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