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먹거리 X파일의 X파일]저염PD의 돌직구 “팀장님! 상무님! 심심하게 삽시다”

입력 | 2013-05-18 03:00:00

나트륨 특집 이후 ‘건강한 부작용’




‘먹거리 X파일’의 김군래 PD는 요즘 잔소리가 늘었다. 근데 그 상대가 좀 위험하다. 상사인 정회욱 팀장(책임 프로듀서)은 물론이고 진행자이자 총책임자인 이영돈 채널A 상무까지 포함된다.

이게 다 최근 방영된 나트륨 특집 때문이다. 오랜만에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사옥 근처 카페에서 기자와 마주한 김 PD는 “이번 취재는 상당히 호사스러웠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웃었다.

“저염식당(소금을 적게 쓰는 식당)을 찾으려고 유명하고 맛 좋다는 한정식집, 사찰음식 전문점을 20곳 이상 돌았죠. 1인당 몇만 원씩 하는 맛있는 밥상을 마주하니, 뭐, 좋았죠. 다른 취재 때처럼 남기지 않고 밥그릇을 싹싹 비웠죠. 허허. 물론 식대가 많이 들어가 제작비는 좀 더 나왔습니다만….”

입이 호사를 누렸다고 취재까지 쉬웠던 건 아니다. 전국을 돌며 저염식당을 찾았지만 거기서 만난 음식들은 하나같이 짭조름했다. 소금을 덜 넣는다고 해도 고추장, 된장, 간장이나 염장된 반찬들이 문제였다. 결국 찾아낸 곳이 경남 진해의 어탕(魚湯) 전문점. “전문가 분들은 맛있다고 드시는데, 저는… 솔직히 뿌연 맹물을 먹는 느낌이었어요.”

진해의 어탕집은 여전히 짠 반찬 탓에 ‘착한식당’에까지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에 김 PD는 감복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닷가에 나가 직접 낚아 올린 고기를 써서 어탕을 끓이더군요. 모친이 암으로 돌아가신 뒤 건강음식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고 했어요. 낚싯줄에 걸리는 고기는 뭔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개체인 셈이어서 활동량도 다르고 그만큼 육질도 좋다는 말에도 묘하게 공감이 갔어요. 하하.”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어탕집 주인에게 교훈까지 얻었지만 이번에도 취재의 부작용은 있었다. 주변에 던지는 잔소리가 는 것이다. “일단 제 아내부터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아침식사 대용으로 시리얼을 먹는데 거기에도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언제부턴가 ‘이제 좀 양을 줄여’ 하고 훈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죠. 순대를 사와도 소금 많이 찍어먹는다고 나무라고. ‘또 나트륨 얘기냐’고 스트레스를 받더군요.”

인터뷰 중에 김 PD의 상사인 정회욱 팀장이 같은 카페의 근처 자리로 들어왔다. 눈인사를 나눈 김 PD가 속삭였다. “이번 기사 좀 심심한가? 소금 좀 필요한가요?”

김 PD는 ‘짜디짠 소금’을 꺼냈다. “정 팀장님도 진짜 짜게 먹어요. 기사에 꼭 좀 넣어주세요. 반성 좀 하시게요. 어후! 순댓국밥 먹으러 가면 국물에 양념장 듬뿍 넣고 순대도 꺼내서 따로 새우젓을 찍어먹어요. 어딜 가든 소스를 두 종지씩은 비운다니까요. 나트륨 마니아야, 마니아. 이영돈 상무님은 순두부찌개에 공깃밥 하나를 통째로 말아서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드시더라고요. 한소리 했죠. ‘상무님, 이렇게 드시면 안 돼요!’ 돌직구였나요?”

김 PD의 건강한 잔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힘이 난 걸까. “우리가 지금 마시는 이 커피에도 나트륨이 들어 있는 거, 아세요? 우리가 접하는 모든 식재료에 조금씩 나트륨이 들어 있어요. 따로 소금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죠. 이유식에는 소금을 넣지 않는데도 아이들은 맛있게 잘 먹잖아요. 후천적으로 소금 맛에 길들여진 거죠. 우린 그때(아이 시절)로 돌아가야 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