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3개월 째 극심한 흥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의 막강한 흥행 파워가 그 절대적인 이유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가 200만 관객을 넘은 건 2월21일 개봉한 ‘신세계’가 마지막. 이후 ‘전설의 주먹’,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등 기대작들이 쏟아졌지만 2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아이언맨3’는 기존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잘 만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개봉 초부터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싹쓸이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 추세라면 2010년 ‘아바타’(1362만)에 이어 1000만 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객은 ‘아이언맨3’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한국영화 제작진은 속이 타고 있다. ‘아이언맨3’의 파워 탓에 이후 개봉한 ‘전국노래자랑’, ‘고령화가족’, ‘몽타주’, ‘미나문방구’까지 네 편의 한국영화는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특히 16일 개봉한 최강희 주연의 ‘미나 문방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줄어들 줄 알았던 ‘아이언맨3’의 인기가 석가탄신일이 겹친 연휴와 맞물리면서 다시 살아난 탓이다.
17일부터 19일까지 ‘아이언맨3’는 약 70만 명을 모은 반면 개봉 첫 주인 ‘미나문방구’는 17만여명에 그쳤다. 그나마 ‘몽타주’가 한국영화의 체면을 살리며 6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6월5일 개봉하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까지 ‘아이언맨3’에 대적할 이렇다 할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를 맞아 고무돼 있던 영화계에서는 최근의 흥행 가뭄을 우려하고 있다. 어렵게 맞이한 호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영화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한국영화 붐이 일어난 건 중장년 관객의 폭발적인 증가 덕분이었다”며 “여러 세대가 볼만한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 달째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관객을 독점하는 기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