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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거로 떠나는 ‘1박2일’… 안동-포항 고택에 발길 잇는다

입력 | 2013-05-20 03:00:00

안동지역 작년 5만6157명 다녀가…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으로 인기
포항 덕동마을에도 가족단위 북적




경북 지방의 한옥을 찾는 국내외 체험 관광객이 늘고 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농암종택에서 다도 체험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 안동시 제공

“밤새 창호를 두드리는 물소리,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에 선비가 된 기분이었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름다운 고택의 정취를 잊을 수가 없어요.”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농암종택에서 1박 2일을 보낸 박모 씨(40·여)는 종택 홈페이지에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경북 지방의 고택에서 머물며 전통 생활방식과 문화를 느끼려는 체험객이 늘고 있다. 가족 단위 손님에 외국인까지 몰리면서 유명한 고택은 예약이 필수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9개 시군의 한옥 숙박시설 210여 곳을 다녀간 체험객은 14만9798명. 외국인은 1만7728명이다.

이 중 작년에 안동 지역 80여 개 고택을 찾은 체험객은 하회마을 고택 37곳에 2만1347명을 비롯해 오천군자마을 4180명, 경당종택 1721명, 지례예술촌 3212명, 수애당 3328명, 농암종택 3504명 등 5만6157명(외국인 4898명)이다. 2011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농암종택은 이달부터 성수기를 맞아 예약이 어려울 정도. 이곳은 대유학자인 농암 이현보 선생(1467∼1555)이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직계 자손이 살고 있어 한옥 체험지로 인기다. 기암절벽 아래로 굽이치는 낙동강 옆에 위치한 이 종택은 자연생태 탐방을 비롯해 탁본, 다도, 전통혼례 체험이 가능하다. 호숫가에 자리 잡은 지례예술촌(임동면 박곡리)은 전통생활과 해학 및 일화경연대회 체험을 할 수 있다. 수애당(임동면 수곡리)은 안동 특산품 산약(마)을 이용한 장아찌 만들기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부침개 만들기가 인기다. 오천군자마을(와룡면 오천리)도 1년 내내 체험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안동댐 건설로 광산 김씨 예안파가 600여 년 동안 살았던 외내마을 건물을 옮겨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안동시는 올해 한옥 체험 활성화를 위해 21억8500만 원을 투자한다. 전통 생활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옛날 식기와 침구 등 생활용품을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달부터 10월까지 토요일마다 고가옥의 정취와 어우러진 고택음악회도 연다. 안동시 관계자는 “다양한 체험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중구동과 서구동 등에서 한옥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 덕동마을에도 문화체험 방문객이 늘고 있다. 이곳은 조선 중종 때 대학자인 회재 이언적(1491∼1553)의 후손이 정착한 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여강 이씨 집성촌. 덕동(德洞)은 ‘덕 있는 인물이 많다’는 뜻이다. 숙종 14년(1688년) 암벽에 세운 누각 용계정과 애은당고택, 사우정(관아), 덕계서당 등 마을 곳곳에 문화유적이 보존돼 있다. 2004년 지은 덕동민속전시관은 마을 역사를 보여주는 고문서 생활용구 농기구 유물 20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이 마을은 역사와 전통을 잘 계승한 덕분에 2011년 행정안전부의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됐다.

포항시는 이곳에 지난해 40억 원을 들여 포항전통문화체험관을 열었다. 1박 2일 동안 한옥 체험을 하면서 한복 입기를 비롯해 서당교육, 다도 등을 배우고 전통음식도 만들어 볼 수 있다. 홈페이지(potcec.phsisul.org)에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20명 이상 단체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윤영란 포항시 문화예술과장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빼어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의 숨결을 만끽할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