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난, LED로 넘자]<상> 백열등과 비교해보니
필립스전자 모델이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LED 조명을 고르고 있다. 필립스전자 측은 “LED 조명은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전력을 85% 이상 덜 쓰기 때문에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필립스전자 제공
동아일보는 필립스전자와 함께 LED 조명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가정집 한 곳을 대상으로 백열등 및 할로겐 조명, LED 조명의 유지비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전용면적 129.45m²의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거실과 부엌을 잇는 복도 천장, 식탁 위, 화장실, 다용도실, 베란다, 작은방에 딸린 발코니 등에서 백열등 9개와 할로겐 조명 3개를 쓰고 있었다. 백열등의 전력 사용량은 100Wh, 할로겐 조명은 50Wh였다.
다음엔 기존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 12개를 LED 조명으로 바꿔 달았다.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 2만2000원짜리 LED 전구(8Wh) 9개와 할로겐 조명을 대신하는 2만6000원짜리 GU5.3 타입 LED 조명(10Wh) 3개를 사는 데 모두 27만6000원이 들었다. 다시 7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조명을 켜 똑같은 실험을 했다.
일주일 뒤 계량기를 확인해보니 112kWh의 전력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을 바꾼 것만으로 7일간 37kWh의 절전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 집의 경우 한 달이면 약 150kWh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집주인 김경희 씨(57·여)는 “LED 조명 가격이 비싸다 보니 경제성이 좋다는 말을 들어도 믿기 어려웠는데 전력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보니 역시 바꾸길 잘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매달 10만 원 이상 나오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웠는데 조명을 바꾼 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덜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내 밝기는 LED 조명이 백열등보다 다소 어둡게 느껴졌다. 대체용으로 산 LED 조명은 60W 백열등과 비슷한 밝기로, 기존에 설치했던 100W 백열등보다는 덜 밝기 때문이다.
조명업계는 LED 조명이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들지만 수명과 전력사용량을 따져보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한다. LED 조명의 수명은 약 4만 시간이다.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의 수명이 각각 1000시간, 2000∼3000시간인 것에 비해 최대 40배 길다. LED 조명을 한 번 바꿀 때 백열등은 최대 40번 바꿔야 하므로 따져 보면 구입비도 덜 든다. LED 조명이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85% 이상 전력을 덜 쓰는 것까지 감안하면 유지비를 크게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김일곤 필립스전자 조명사업총괄 전무는 “각 가정에서 하루 8시간씩 5개의 LED 조명을 쓴다면 교체 비용과 수명을 고려할 때 연간 약 10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며 “국내 모든 가정에서 기존 전구 1개를 LED 조명으로 바꾼다면 연간 약 4000억 원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