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과정에서 임금과 고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근로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시간당 생산대수는 높였다. 또 주말 특근도 이달 초 노사 대표가 고심 끝에 평일 교대제 합의 사항과 유사하게 임금과 고용은 그대로 유지하되 생산성은 높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사 대표자뿐만 아니라 범노동계 전반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합의 사항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기존 휴일 근로에서는 평일의 70% 정도 일감만 처리했고 더 많은 여유 인원을 배정받았다. 따라서 주말에 평일 수준으로 일하는 것은 이러한 기득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노사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근로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그대로 두며 생산량만 줄이란 말인가? 이것은 국제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회사 측과 협약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임금 삭감과 고용 조정은 없고, 노동 강도의 증가가 없어야 한다는 3무(無)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원칙은 과연 국가나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인가? 지나치게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어쨌든 현대차의 교대제 개선 과정에서는 근로시간은 단축되었으나 생산성 향상에 합의해 고용증가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차의 편성효율(적정인원 대비 실제인원)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편성효율 비교를 통해 현대차 국내 공장과 외국 공장에서 완성차 1대를 만드는 데 대한 노동생산성을 비교하면 국내 노동생산성이 외국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현대차 협력업체의 편성효율은 매우 높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교대제 개선, 즉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 증가를 수반한다.
대기업의 경우 편성효율이 낮아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고용 증가가 없는 반면에 하청업체는 편성효율이 높아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하청업체나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지나친 이득을 보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울산지법은 16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유족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현대차의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 유족의 ‘일자리 대물림’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판결이다.
통상 노조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질 수 있다. 힘없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바람직한 얼굴과 자신의 독점적인 힘을 이용해 스스로의 이해관계만 챙기는 이기적인 얼굴이 그것이다. 노조의 역할이 좋게 작용하지 않고 나쁜 점만 부각된다면 근로자들 스스로 노조를 부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이기심을 버리고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의 근로자와 공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음을 이번 사태의 관계자들은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