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 번천, 바 라파엘리, 블레이크 라이블리, 에린 헤더튼….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사귄 여인들이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디캐프리오의 이성 취향만큼은 일관성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슈퍼모델급 몸매의 20대 금발 백인 미녀를 좋아한다. 그에겐 그런 외모가 가장 중요하고, 세대 차로 생기는 대화 단절은 큰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상대 여성과의 나이 차는 해마다 벌어진다.
▷디캐프리오처럼 모델 같은 미녀만 사귀는 바람둥이를 미국 구어로는 ‘모델라이저(modelizer)’라고 한다.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는 말도 있다. 성공한 남자들이 나이 든 조강지처를 버리고 맞아들이는 젊고 예쁜 새 아내를 전리품에 빗댄 것이다. 대표적인 ‘트로피 와이프 수집가’가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와 트로피, 왠지 발음이 비슷하다. 모델라이저와 트로피 와이프 수집가는 여성의 육체적 매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컷들은 원래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려니 좀 억울하다. 육체적 매력이 이성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육체적 매력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남자고 여자고 간에 속이 깊어 보이진 않는다. 생각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알아 가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건 곧 인생을 모른다는 말과 같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던 서태지(본명 정현철) 씨가 16세 연하의 배우 이은성 씨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그래서 조금 찜찜했다. 사실 이 씨의 인간적 매력에 대해 알지 못하며, 남의 사생활에 간여할 바도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다른 멤버 이주노 양현석 씨가 모두 열 살 이상 어린 부인을 맞았기에 잘못된 선입견을 가졌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해로하면서 그런 선입견을 불식시켜 주면 좋겠다. 아직 젊은 이 씨가 ‘서태지의 아내’에 머물지 않고 배우 활동이든 다른 일이든 자기 길을 찾아 걸어간다면 더 멋질 것 같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