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조언 절실한 때에…”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타계 소식에 경제계와 정관계 인사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등 원로들의 조언이 절실한 시점에 타계 소식을 듣게 돼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970, 80년대에 남 전 총리와 인연을 맺었던 경제 관료들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 리더십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거목’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남 전 총리에 뒤이어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1970년대는 청와대 비서실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하던 시기였고 각 부처 관료들은 개성이 뚜렷해 의견 충돌도 많았다”라며 “남 전 총리는 그 속에서 경제부총리로서 잡음 없이 경제정책을 조율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할 때 당시 군사정권의 다른 리더들과 달리 윽박지르지 않고 자신의 뜻을 이해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을 밀어붙이던 1970년대 후반에도 남 전 총리는 ‘시장의 순리를 함부로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기본신념을 지키며 정책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남 전 총리가 경제기획원을 이끌 때 경제기획원 과장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사이.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1980년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할 때 남 전 총리가 워드프로세서를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을 봤다”면서 “얼마 전까지도 헬스클럽에 다니고, 자료를 컴퓨터로 직접 쓸 정도로 늘 공부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19일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등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또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철중 기자·세종=유성열 기자 tnf@donga.com